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즉 혼자서 살기보다 모여서 사는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계가 원만해야 하겠습니다. 규모가 작을 때는 암묵적인 동의로 관계가 설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게 되면 관계가 복잡해지기 마련이고, 그러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조직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이 권한 혹은 권력 같은 것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조직원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원칙, 그것이 법이 될 수도 있고, 철학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수많은 집단이 명멸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계를 엮는 법 혹은 철학도 세월이 흐르면서 지속적으로 변해왔던 것입니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는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명을 선정하여 그들이 내세운 정신을 중심으로 정치철학이라고 하는 거창한 영역에 입문해보자는 기획의도를 가진 것 같습니다. 즉 세계를 움직여온 정치의 법칙을 찾아보자는 기획입니다.


사실 정치라는 행위가 선한 측면보다는 더럽다고 할 만큼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철학이라는 학문적 개념을 붙이기도 뭐합니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뭔가 철학적 원칙이 들어있었을 것이고, 그런 철학적 원칙을 정리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꼽은 30인은 무려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정치연구자라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6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활동한 공자로부터 기원전 5세기로부터 4세기 무렵에 활동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서가 4세기 무렵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티누스 등을 고대로 하고, 중세에는 알 파라비, 마이모니데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을 꼽았고, 근대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 토머스 홉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장 자크 루소, 에드먼드 버크,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이마누엘 칸트, 토머스 페인, 프리드리히 헤겔, 제임스 메디슨, 알렉시 드 토크빌, 존 스튜어트 밀,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등 15명을, 현대에서는 모한다스 간디, 사이드 쿠틉, 한나 아렌트, 마오쩌둥,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존 롤스, 마사 누스바움, 아르네 네스 등까지 8명을 뽑았습니다.


솔직히 근현대의 인물들 가운데는 모르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의 주장이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을까 싶은 부분도 없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근현대 중심으로 선정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이 책을 만약 100년 전에 썼다면 공자, 알 팔라비, 마이모니데스 같은 고대 사상가는 포함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라고 하면서 20세기 초만 해도 유교, 이슬람교, 유대교 기반 정치사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치철학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생각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역할을 한다는 견해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만큼 과거도 들여다본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정치철학에서 가장 혁신적인 측면 역시 지난 역사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치철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이유인 듯합니다. 그리고 보면 저자가 꼽은 한나 아렌트는 고대 아테네의 철학을 근간으로 하여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으로 남은 역사의 범위도 방대한 것인데, 그 가운데 30인을 뽑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습니다. 기왕의 것과는 다른 독창적인 사유를 내세운 분들을 중심으로 뽑아도 30명을 뽑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의 학자들을 15명씩이라 뽑은 것은 정치 분야에서 철학적 사유가 분출한 시기라고 보았기 때문일 듯합니다. 중세의 오랜 암흑기를 통하여 논의조차 활발하지 못했던 유럽의 사상사에 대변혁이 일었던 시기라서 였을 것입니다. 유사한 분위기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4자성어로 요약하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의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 등 9개의 유파로 나뉘는 제자백가들의 사상을 고저 공자 한 분으로 정리한 것은 적절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역시 서구 중심의 사고에 묶여있는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사를 움직이고 있는 정치철학의 흐름을 개괄하는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처음 접하는 사상가의 생각도 앞으로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