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지음, 박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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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통계자료를 보았습니다. 2017년 일본의 암연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이 사는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62%, 여자는 47%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사람의 경우는 남자 39.8%, 여자 34.2%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대수명의 차이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유엔이 발표한 2018년 세계인구 현황보고서에 있는 2015-2020년 남녀 평균기대수명 표에 따르면 일본이 84.74(남자 81.91, 여자 87.58)1위이고, 우리나라는 83.31(남자 80, 여자 86.49)2위라고 합니다. , 일본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모두에서 사망원인 1위에 올라있는 암질환에 걸릴 확률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료는 일본의 국립암센터 중앙병원의 정신종양과에서 근무하는 시미즈 켄 박사가 쓴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질병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암질환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술이 발전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완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만, 결국은 암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켄 박사는 암과 투병하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정신과적인 문제를 상담하는 진료를 해왔다고 합니다. 4,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뿐인데, 이 과정에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8)”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배운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은 모두 여섯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암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괴롭힌다는 제목으로, 암질환이 마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어서 1;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슬퍼하는 일이 필요하다, 2; 누구에게나 있는 회복력, 3; 사람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마음대로 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4; 오늘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자신의 want와 마주하기, 5; 죽음을 응시하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응시하는 일 등의 순서로 암 질환으로 생기는 정신적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설명 가운데 눈길을 끈 몇 대목을 뽑아보겠습니다. 먼저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심리적 관점에서 두 가지 과제를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건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마주하는 일, 둘째, 달라진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45-46)’이라고 합니다. 암치료가 어렵던 시절에는 암으로 진단되면 죽는 날을 받아놓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두려움을 극복해내는 원동력이 바로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회복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두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암환자건 건강한 사람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바로 죽음입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참고가 되었습니다. 1. 죽음에 이르는 과정(특히 암환자의 경우)에 대한 공포, 2.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 3. 내가 소멸한다는 공포, 등을 들었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잘못 알았던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처럼,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을 스피노자가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종교개혁을 이끈 마틴 루터가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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