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라는 제목보다는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이라는 부제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보험관련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진료현장으로 복귀하였고, 특히 암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환자의 안녕과 삶을 지키려 노력하는 의사들의 진솔한 심정을 담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다가 저도 한 번 만나보았던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정부에서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도 해보았고, 특히 의료의 질향상과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지키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이 환자 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을 쓴 김현지 선생님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를 전공한 다음에 국회의원실에서 비서관을 지내면서 보건의료에 관한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일을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남녀를 구별하지 않으니 예전에 30이 된 남성을 이르던 이립(而立)의 나이를 지났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이립의 나이를 지나 강사(强仕)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평소 품어왔던 보건의료정책의 다루는 국회의원직에 도전한 저자의 패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려웠던 듯, 잠시 꿈을 더 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이르려면 다소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지내온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겨 중간점검을 하는 기회로 삼은 결과물이라고 보입니다. 저자는 모두 29꼭지의 글을 죽음’, ‘’, ‘경계’, 그리고 그 너머등의 소제목 아래 묶었습니다. 처음에는 진료 현장에서 만났던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냈습니다. 저자의 이력으로 보았을 때 전공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이야기의 맥락을 보면 환자 치료의 전반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처럼 읽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를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풀어놓았습니다. 때로는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생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제가 진료현장에 있을 때의 분위기였지만, 요즈음에는 진료현자의 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책이 후반으로 넘어가면 여의도에서 보건의료정책을 다루면서 가졌던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포기할 수 없는 아픔이라는 제목이나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이라는 부제의 한 대목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환자였을까? 아니면 저자 자신이 꿈꾸었던 것이었을까? 어쩌면 저만의 고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책 읽는 이가 가지는 고유의 권한(?)이라 할 것이니 저자께서 섭섭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저자를 만났을 때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는 개입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립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의학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하여 투자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세월이 걸리고, 저자가 경험한 의료형태는 어쩌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고 보고, 들어야 할 것은 너무 많습니다. 그저 눈에 띈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가 보건행정에 관심을 둔 의료계 후배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