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아래서 대산세계문학총서 107
맬컴 라우리 지음, 권수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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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에서 소개된 것을 읽고서 찾아읽은 꼬리를 무는 책읽기였습니다. 아마도 전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과, 멕시코 중남부 콰우나우악(모렐로스 주의 주도 쿠에르나바카의 옛 이름)을 무대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 끌려 고른 책입니다. 본문 530쪽에 이르는 긴 이야기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피네간의 경야> 그리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만큼이나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체 윤곽을 그려내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어려운 책읽기였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화산 아래서>1938112일 멕시코 축일의 하나인 죽은 자의 날(디아 데 무에르토스, Día de Muertos; 11월 첫째날과 두 번째 날로 죽은 친지나 친구를 기억하면서 명복을 비는 행사를 합니다)2시간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12시간이라고는 하지만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멕시코 주재 영국 영사 제프리 퍼민을 회상하는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하여 1년 전 퍼민의 죽음과 관련된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퍼민은 영국과 멕시코가 국교를 단절하면서 영사직은 내놓고 두 개의 화산이 보이는 콰우나우악으로 낙향하여 살게 됩니다. 상심한 그는 술에 의존하여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아내 이본, 이복동생 휴, 그리고 어린 시절의 친구 자크 등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것 같습니다. , 술에 절어서 살고 있는 퍼민에게 실망한 이본이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복잡했을 것이라는 암시가 곳곳에 깔리면서 퍼민 역시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주변인물들이 퍼민의 곁을 떠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1년 전에 이들은 나락에 빠진 퍼민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하였습니다. 특히 이본은 남편을 설득하여 관계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지만, 결국 퍼민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안타까운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저 역시 젊어서는 술을 좋아해서, 해가 설핏 기울면 술이 당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요즈음에는 술을 마시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불쾌한 시간들을 견디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 술 마시기를 자제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술을 멀리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들이 뒤섞이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율리시스> 등에서 보는 의식의 흐름을 토대로 하여 작가 나름의 주관적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작가 멜컴 라우리는 이 소설의 구조를 추리게레스코 양식의 멕시코 성당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17세기 스페인에서 나타난 바로크 양식을 말하는데, 화려하면서도 소용돌이와 같은 복잡한 구조가 특징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서술하는 풍경이 인상적인 대목이 많습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눈보라가 이스탁시우아틀의 정상을 따라 형성되어 정상의 모습이 희미해진 반면, 전체적으로 뭉게구름이라는 수의를 입은 모습이었다. 깎아지는 듯한 포포카페테틀 덩어리가 계곡을 따라 구름과 함께 움직여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기이하고 침울한 빛이 작은 묘지가 있는 언덕을 비추고 있었다. 묘지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나 보이는 것은 촛불뿐이었다.(466)” 죽은 자들의 묘지풍경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이어갈 다음 작품을 소개받았습니다. 장 콕토의 <지옥의 기계>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인데, 여기에서는 “Oui, mon enfant, mon petit enfant(그래, 내 아기, 내 작은 아기)”라는 대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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