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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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 작가님의 <난설헌>이 출간 10년 만에 15만부를 찍었다고 합니다. 다산책방은 이를 기념하여 표지를 새롭게 하여 출간하면서 독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어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혼불문학상은 <혼불>을 쓴 최명희 작가님을 추모하고 <혼불>의 문학적 가치와 위상을 재정립하면서,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하여 전주문화방송이 2011년에 재정한 문학상입니다. 1회 혼불문학상의 심사평을 보면, “조선 중기의 천재적 여류 시인 허날설헌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작품으로 그미의 빛나는 시편들이 사실은 그미의 한없이 고단했던 삶의 고통을 디뎌가는 과정 속에서 도래한 것임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367)”라고 하였습니다.


작품의 전반부와 후반부, 그러니까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삶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설정이 단연 이채롭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조선 중기의 전통혼례의 절차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였다는 점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난설헌의 남편 김성립이 결혼 전부터 학업을 등한시하고 기방출입이 잦았다고 하였는데, 혼담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런 소문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난설헌의 부친 허엽이 대사간을 지냈고, 이복 오빠 허성과 동복 오빠 허봉이 조정에 나가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김성립이 당대의 명문 안동김씨의 일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내세울 것은 없었던 모양으로 좋은 혼처는 아니었던 듯싶습니다.


조선 중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지만, 고어가 아닌 쉽게 이해되는 우리말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님의 대단한 필력을 먼저 짚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조금은 생소해 보이는 단어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허난설헌은 8살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梁文)을 지어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김성립과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모의 시집살이까지 만만치 않았고, 두 자녀가 어려서 돌림병으로 죽고, 그 충격으로 유산을 하는 등 결혼 후 그녀의 삶은 질곡의 연속이었던 듯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시작으로 녹여냈지만 스물일곱이 되던 해에 미상의 병으로 타계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그녀는 자신의 거처에 있던 작품들을 모두 태웠다고 하는데, 친정에 있던 작품들까지도 소각하라는 당부를 동생 허균이 따르지 않고 보관하였다가 그녀의 사후 10년째 되던 해에 명나라에서 출간하였습니다. 조선에서는 남편과 시집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던 사정으로 인하여 그녀의 작품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으나, 명나라에서는 1608년 출간된 <난설헌집>이 명나라 문인들의 격찬을 받았으며, 1612년에는 시작품 168편과 산문글 1편이 실린 <취사원창(聚沙元倡)>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에서도 1711년에 분다이야지로(文台屋次郎)에 이하여 그녀의 시집이 발간되어 문인들이 애송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조선 중기의 동아시아에 한류를 전파한 여성시인이었던 셈입니다.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전하는 바는 없을 것이나, 작가는 그녀의 지난한 삶이 조선 중기 남성들의 지금과는 다른 여성관을 비롯하여 양반 가문의 지나치도록 엄한 가풍에서 기인하였음을 암시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납함례를 치르던 날, 비가 퍼부어 상서롭지 않은 조짐으로 상정하고 야밤에 든 도둑이 지붕위에 올라 시집에서 예물로 보낸 녹의홍장을 갈가리 찢었다거나 그녀가 천정의 사랑에 드나들던 최순치의 연모를 거절하지 못하는 등, 시댁에 오해를 살 빌미를 주었다거나 하는 등의 장치 말입니다. 그녀에게 암수를 쓴 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의심이 갈만한 인물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식적으로 보아서는 가당치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요즘 글쓰기를 하면서 외래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말로 쓴 아름다운 이야기 <난설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더 많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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