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 한국에서의 일 년
베라 홀라이터 지음, 김진아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방송공사에서 <미녀들의 수다>라는 연예편성이 방송된 것은 2006년이었고, 2010년까지 5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50여 개국에서 온 125명의 미녀들이 순차적으로 출연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의 여성들이 출연하여 매주 일정한 주제를 두고, 그녀들이 우리나라에서 느낀 점을 자국의 문화와 비교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관련 주제에 대하여 가감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내놓아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독일에서 와서 이화여대 외국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던 베라 홀라이터가 우리나라에 처음 와서 적응하면서 겪었던 사건, 사고들을 솔직하게(?) 적은 수필집입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 독일어로 출간되었던 것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된 것인데, 번역서가 출간되기도 전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외국에 사는 독일인 혹은 독일에 사는 외국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여행서의 한 분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 관한 책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한국에 관한 책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작가는 재미와 웃음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썼다고 합니다. 당연힌 긍정적인 모습으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속살을 여지 없이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작가의 솔직함이 독일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독일에서 출간된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개되기도 전에 책에 담긴 내용의 일부가 누리망을 통하여 소개되면서 소동을 빚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발췌과정에서 전체의 맥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오역되어 사실관계가 잘못 전달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글쓴이의 의도는 한국만의 특이한 모습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꼭 하게 되는 실수들, 그리고 특히 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유머를 끌어내자(7)’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독일인 특유의 솔직함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실험실에 근무하던 여비서가 독일 분이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독일 사람들은 듣는 이의 귀에 달콤하게 변주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작은 아씨들>에도 독일 청년이 등장하는데, 다정다감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는 남자로, 큰 언니 맥과 결혼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에서도 독일에서 온 병리의사들을 많이 만났지만, 대부분 진중한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작가는 여느 나라의 젊은 여성처럼 발랄하고 삶을 제대로 즐기는 그런 성격인 것 같습니다. 술도 잘 마시고, 무도장에도 가고, 노래방에서는 부족한 노래실력을 대담한 엉덩이 흔들기로 보완할 줄도 아는 개방적이라고 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어떻더라는 것도 편견이었던 것입니다.


작가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의 가족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갈등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지만, 나름 현명하게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는가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결혼이라는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개인사의 영역이라는 생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가가 태권도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 참여했을 때, 송판깨기를 했다고 합니다. 각자의 소망을 적은 송판을 깨는 과정은 소망을 비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자신의 소망 자체를 깨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꿈과 야망을 놓는 일, 스스로의 자아를 깨는 일이라는 심오한 뜻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는 물론 책의 전반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점은 글을 참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는 점이었고, 더하여 딱딱할 수도 있는 독일어를 참 유려하게 우리말로 옮겼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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