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폴로의 연인
황화치 지음, 김학철.이영남 옮김 / 북치는마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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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크로아티아의 코르출라섬을 여행하면서 마르코 폴로가 태어났다는 집을 구경하였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동방견문록>을 읽었던 기억으로 고른 <마르코 폴로의 연인>입니다. 중국작가 황하치이(黃華旗)가 쓴 소설입니다.


<동방견문록>을 읽으면서 그 진위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마르코폴로는 17살이 되던 1271년 아버지, 삼촌과 함께 베네치아를 떠나 중국으로 향했고, 127511월부터 12922월까지 원나라 관리로 일하다가 베네치아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방견문록>을 보면 그가 실제로 중국에 체류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점을 정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떻거나 <마르코 폴로의 연인>1292년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 칸의 명에 따라 로마교황을 비롯하여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기독교 국가의 군주들을 알현하고 친서를 전하는 일을 수행하게 되었고, 그와 병행하여 이르칸 국의 아루훈 칸과 결혼하게 된 코코친 공주를 수행하는 특사 역할을 맡았다는 설정입니다. 30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은 모두 12척의 대형 복선에 탑승하고 복건성 천주항을 출발하여 말라카해협을 지나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스리랑카의 갈레, 인도의 뭄바이, 파키스탄의 카라치, 오만을 거쳐 호르무즈해협을 지나 페르시아만의 북쪽 끝에 있는 아바스에 상륙하여 이르칸국에 이르는 항로를 여행합니다. 천주항을 출발한 것이 1291년 여름이고, 이르칸 국에 도착한 것이 12949월이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는 일치하지 않은 가공의 이야기임을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쿠빌라이칸의 특사인 마르코 폴로와 그가 모시고 가는 코코친 공주가 당시 원나라 당시의 중국 문화와 마르코 폴로가 여행했다는 아프카니스탄, 티벳,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풍습에 대하여 주고받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또한 항해 중에 기항하는 곳에서 생긴 생사를 건 모험담을 곁들여 긴장감을 돋군다거나, 마르코 폴로와 공주 그리고 시녀들 사이에 벌어지는 질펀한 남녀관계까지 곁들이고 있습니다. 무려 3년에 걸쳐 동고동락하다보니 눈이 맞을 수도 있다고는 하겠으나, 지엄했을 쿠빌라이칸의 명을 받아 이르칸 국의 칸과 혼인할 공주와 몸을 섞었다가, 그것도 이르칸 국에 도착해서는 별다를 감정없이 헤어졌다는 결말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르코 폴로의 연인>은 그저 그런 흥밋거리에 불과할 뿐이고, 원나라 당시의 사회상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작가가 상상으로 빚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프카니스탄, 티벳,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도 실제로 마르코 폴로가 가보지 않은 장소였을 것입니다. 작가가 후기에 따르면, 작가는 마르코 폴로의 인생행로의 거의 모두가 모험적이고 탐험적인 색채가 아주짙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작가 역시 마르코 폴로의 탐구를 위한 여행에 따르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20여개 국가의 백여 곳에 달하는 자연경관과 역사유적, 건축문화를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마르코 폴로의 연인>이 한 편의 여행기로서 슬프로 비장한 희곡적인 갈등, 소박한 민간 사투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진솔한 감정을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답적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혹여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허구임을 암시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이야기를 많이 닮은 듯하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마르코 폴로는 코코친 공주에게 영국 서머싯에 있는 바스의 온천을 소개하는데, 마르코 폴로는 당연히 영국에 가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바스가 스코틀랜드의 유일한 온천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작가의 착각이거나 의도적인 바가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인쇄술이 유럽보다 200년이나 앞섰다는 코코친 공주의 주장에서도, 당시 원나라에서는 유럽을 유럽이라 부르지 않았을뿐더러,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개발한 것이 1440년 경이므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도 필사로 보급되었던 시절입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서적이라해도 1337년 고려에서 찍어낸 <직지심체요결>임을 고려하면 13세기 말의 중국와 유럽의 인쇄술을 논한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고 하니 이탈리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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