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니얼 클라인.토마스 캐스카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말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갈등이 고조될 무렵, 모 화백의 만평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만평이란 사회현상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만화를 말합니다. 하나 혹은 두 장면으로 구성되고, 만화의 구성을 함축한 짧은 설명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만평의 경우는 금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만평을 그리는 작가는 다방면에 깊은 앎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심지가 있는 비평을 담으려면 철학에도 조예가 깊어야 하겠습니다.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은 그런 만평에 담긴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짚어내어 설명해주는 글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하바드대학 철학과의 동문인 대니얼 클라인과 토마스 캐스카트가 같이 쓴 책입니다. 두 사람이 쓴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2581950>를 아주 흥미롭게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니얼 클라인은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http://blog.yes24.com/document/7863223>으로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은 앞서 말씀드렸던 한 편의 만평에 담겼을 만평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짐작하고, 이에 대한 철학적 설명을 덧붙입니다. 부제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인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읽기입니다. 저자들은 철학과 만화에는 인생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철학적인 만화들과 그 만화들의 가르침에 관한 나름의 해석을 모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로 달았던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의문으로부터 철학은 여전히 쓸모 있다에 이르기까지 모두 18개의 주제를 선정했고, 이에 부합하는 66개의 만평을 골랐습니다. 저도 강의를 할 때 주제에 합당한 만평을 골라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만, 만평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것처럼, 만평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콕 짚어내는 설명을 읽다보면 옳지!’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실 만평의 구성요소가 되는 만화만으로도 생각거리가 많습니다만, 만평에 더해진 짧은 경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묘가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독후감에서 인용할만한 구절에 표시를 합니다만, 이 책에는 표시를 덕지덕지 붙여야 했습니다. 그 가운데 두어 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요즈음 진료현장으로 돌아온 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만평이 있습니다. 생쥐의사가 발에 가시가 박혀 찾아온 사자를 진료하는 장면입니다. 생쥐의사는 사자환자에게 육안으로 봐서는 가시가 박힌 것 같은데,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야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저자들은 생쥐의사가 행위별수가제라는 제도에서 검사를 하나라도 더 해야 보험금을 많이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제시하면서도, 생쥐의사가 자신이 관찰한 바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험주의적 연구를 더 수행하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 만평의 주제는 경험주의 철학의 개념을 살펴보는 장이 되는 셈입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경험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이론을 소개합니다.


이 만평에서는 만평작가의 경구를 인용했습니다만, 만평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경구는 물론 저자들의 경구 역시 울림이 크게 느껴집니다. 19세기 이탈리아의 문필가이자 철학자 자코모 레오파르디가 남긴 금언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온갖 것을 다 찾아낸다. 어른들은 온갖 것이 다 있는 데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23)”라는 경구에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입니다.


마키아벨 리가 당시 피렌체의 정치인 피에로 소데리니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은 어떻습니까? “정책을 평가할 때 우리는 그 정책을 실행하는 데 동원된 수단이 아니라 그 정책으로 무엇을 얻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223)” 최근 우리정부가 벌이고 나서 하는 변명과 아주 흡사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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