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은 괴기스럽거나 음모와 폭력이 배경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보면 정신질환에 대한 서구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정신병원이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한 시설로 만들어졌던 것이라서 외진 곳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정할 때 정신의학과의 경우는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의사가 환자가 될 것 같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정신의학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져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개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을 둘러싼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어느 주립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그 환자>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이 참여하는 MDConfessions.com이라는 웹포럼에 게재된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올려놓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실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문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마치 실화인 것 같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기괴합니다.


이야기는 명망 있는 의대를 졸업하고 혹독한 전공의수련을 마친 우수한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재정도 열악한 주립 정신병원에서서 일을 시작합니다. 약혼녀의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정신의학을 전공하게 된 배경에는 망상형 조현병을 앓던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정신의학계의 추악한 면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으로 본다면 필자가 과연 정신의학을 전공한 것 맞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정신질환자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수용한다고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조기에 외래진료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심에 정신의학과 의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족과의 유대를 긴밀하게 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좋게 할 것이므로, 정신병원의 접근성도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환자>의 무대가 되는 정신병원은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도로를 벗어나 복잡하고 음산한 샛길 중 첫 번째 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나마 미리 지도를 출력해오지 않았더라면, 구불구불 산길을 헤매며 병원이 위치한 구릉지대를 찾는데 몇 시간은 허비했을 것이다.(19)”


세상과 격리된 정신병원 안에서도 근무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병실에 격리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진료기록부마저 없어서 의료진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그 환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 금지 환자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만큼, 이 환자는 위험한 존재 맞을까요? 여섯 살에 처음 입원하여 30년 동안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는 진단불명이었습니다. 진단을 정하지 못하면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중심으로 대증요법을 해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병원은 환자의 병명을 결정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하여 완치시킬 의지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제로 달려있는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환자의 비밀은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에 관한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을 알고 있으며, 그 비밀을 이용하여 의료인을 조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초현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사실은 이야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데, 환자의 존재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 환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모두 읽은 느낌은 동그랑 땡이었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 미상이라고는 합니다만, 이 이야기가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기로 확정되었고, 20개 국가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계약의 주체가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가 신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보는 점입니다. 결국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