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파내려가기
김남규 지음 / 고요아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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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글쓰기는 초등학생 때 과제로 국군장병 아저씨께 보냈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학생 때 시작한 일기,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주고받던 편지와 독후감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일상의 글쓰기는 학부에서부터는 논문쓰기로 발전하였고, 전공을 살린 대중서를 써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말만 대중서였지 전문적인 내용과 딱딱한 문체로 쓰인 초고는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 쓰다시피 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너무 어렵다는 평을 들었습니다만, 새로운 책을 낼 때마다 점점 쉬워진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글쓰기의 맛을 진하게 느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책읽기와 글쓰기를 권하곤 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책을 읽고 얻은 느낌을 한 줄이라도 좋으니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사회관계망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문자를 보내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쓰기가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던 짓도 멍석을 깔아주면 안한다던가요? 아니면 못한다던가요. 의식적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판을 날아다니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글쓰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김남규 시인이 쓴 <글쓰기 파내러가기>를 읽은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시인은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대학의 강단에 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대하면서 함께 글을 써나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하여 모두 1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갑자기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를 갑자기 할 처지가 무엇이 있을까싶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독후감을 수행평가로 내는 것을 끝으로 글쓰기와 담을 쌓게 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면 보고서라는 것을 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필자 역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보고서를 써내야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평소 글쓰기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없던 터라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장을 넘겨가다 보면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쓰기의 존재론을 거쳐 맞춤법과 써놓은 글을 퇴고하는 법을 거쳐 학술적 글쓰기까지는 글쓰기에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속어와 외래어가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주로 이 책을 읽을 것으로 상정한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요즈음 외래어를 최소화하는 글쓰기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이미 굳어져서 우리말이 오히려 생소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굳어진 외래어가 우리말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읽기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살짝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 시공간, 예술 등의 단어가 글쓰기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시와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급편 글쓰기를 담았구나 싶었습니다그리고 마지막 주제 애무의 글쓰기에서는 다시 헷갈리고 말았습니다. 글쓰기를 애무하듯 한다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의문은 이 글을 쓰면서 풀렸습니다. 서문에 해답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가 대학 강단에서 처음 맡은 강의가 문학과 사랑이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강의의 내용으로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책의 마지막 부분, ‘글쓰기도 사랑과 같다는 부분이 이해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애무하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애무하는 일이다.‘라고 정리한 대목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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