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의 푸른독서노트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한지 1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해두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느낌이 오래가는 효과가 있고,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독후감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합니다만, 쉽지가 않습니다. 사실 독후감이란 각각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무엇을 정리해두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독후감을 쓰다 보니 어느새 저만의 양식이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셀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 노트>는 그런 목적의 책읽기였습니다.


미셀 투르니에는 철학을 전공한 늦깎이 프랑스 작가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미셀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 노트>가 처음 읽는 책입니다. 미셀 투르니에 산문집이라는 부제가 있는 만큼 독서노트를 빙자한(?) 산문집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책에 관한 글, 두 꼭지를 제와하고 모두 10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작가 쥘 베른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루이스 캐럴, <정글북>의 러디어드 키플링 등은 작품을 읽어 잘 아는 작가들입니다. 하지만 셀마 라게를뢰프, 에르제, 잭 런던, 카를 마이, 벤자멩 라비에, 피에르 그리파리, 세귀르 백작부인 등은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들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상해교수님은 저자 미셀 투르니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이들의 청원에 따라 유럽 각국의 대표적 작가들을 한데 모아 그들의 인생역정을 소개하고 대표 작품을 해설한다(184)’고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유명하나 우리에게는 생소한 작가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익히 아는 작품은 그것대로 투르니에 선생의 해설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생소한 작품은 또 그것대로 찾아 읽어 독서의 폭을 넓히면 그 재미가 쏠쏠할 듯싶다(185)’고 하였습니다. 생소한 작품을 찾아 읽는 일은 훗날의 일이니 일단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느낀 바를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먼저 쥘 베른의 작품을 생각해봅니다. 작가는 쥘 베른을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겸 지리학자로 꼽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쥘 베른만큼 지구 안팍을 두루 무대로 작품을 쓴 작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15소년 표류기><기구타고 5주일> 그리고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바다와 하늘을 누비고, <해저 2만리>에서는 바다 속을, 그리고 <지구 속 여행>에서는 땅 속을 누비고, 급기야는 <지구에서 달까지>에서는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합니다. 쥘 베른이 사용한 달로 가는 방식이 바로 오늘날 로켓입니다. 쥘 베른은 지리학은 물론 우주학에도 정통했던 셈입니다.


쥘 베른이 작품활동을 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니, 미래학자이기도 했다고 하겠습니다. 이상해교수님은 쥘 베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습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환상문학에 빠져 혼이 나간 것이었다면 쥘 베른의 주인공들은 호기심 강하고 이성적인 모험가들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고 상상의 날개를 무한하게 펼쳐내던 소년들이 오늘날 과학발전을 이끌어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다룬 열 명의 작가들은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모국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스웨덴, 벨기에,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루 다루어 지역안배까지 고려한 흔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집필실에서 세계일주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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