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행자 몽도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진형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코로나 유행으로 인하여 해외는 물론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해외여행에 관한 책은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관심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어린 여행자 몽도> 역시 그런 이유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소설집입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어린 여행자 몽도를 비롯하여, ‘륄라비’, ‘신이 사는 산’, ‘물레’,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소년’, ‘아자랑’, ‘하늘을 만나는 소녀’, ‘목동들까지 7편의 소설을 담았습니다.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인지 상상을 넘어 환상의 세계를 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신 진형준교수님께서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역임하셨다는 소개글을 읽고서야 이 책이 우리말로 옮겨진 이유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표제작 어린 여행자 몽도를 읽어가면서 기시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10살 남짓하다는 주인공 몽도는 언데 이 도시에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고 했고, 사람들과 금세 친해졌다는 것, 그를 뒤쫓는 회색인간 들이 있다는 것 등은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의 주인공 모모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줄거리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바닷가에 있는 듯한 이 도시가 어디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에리트레아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아프리카 홍해에 있다는 도시 이름아로 설명하지만 에리트레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이집트로부터 분리독립한 나라 이름입니다.


그런가 하면 시아파캉이라고 하는 회색옷을 입고다니는 신사는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신사와는 하는 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도시를 떠도는 사람이나 동물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그 회색신사가 결국은 몽도를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몽도의 친구이기도 한 베트남여인 티친이 찾아나섰지만, 몽도를 되돌려 받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의 모모가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인간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어 사람들을 지켜주는 행복할 결말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결말을 보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분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점점 증폭되어 가더니, 마지막 작품을 읽고서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책 말미에 옮긴이가 정리해놓은 인류하는 이름으로 꿈꾸어 온 원시성과 신화이 세계라는 제목의 작품해설을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가인 르 클레망은 20세기 중반 프랑스 문학계를 휩쓸었다는 누보로망(신소설)의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누보로망운동은 거대한 인식론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문학의 새로운 개념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설명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는 누보로망이 흐름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물의 평온해 보이는 외관을 파고들어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아니 이 세상 자체를 형성하고 있는 물질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이 아니라 다소 몽상적인 기질이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서구 사람들이 환상을 가졌던 동양적 분위기와도 차이가 있는 동양적 원시성을 그렸다고 합니다만, 동양적 원시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세계는 자연친화적인 세계라는 것인데, 다시 설명하면 인간이 자연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들의 결말을 보면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 주인공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참 어려운 이야기를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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