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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이제는 집권 3년도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새 정부라고 할 수도 없는 정권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출범 당시 약속은 기대와는 달리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택분야가 대표적인데요. 집값, 전세, 월세 문제는 무려 24개의 정책을 쏟아내고도 총체적 난국상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책 실패가 아니라 시장 실패’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왜 생겼고, 왜 해결되지 않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국회의원 윤희숙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는 정부가 내놓은 최근의 정책들을 보면 청년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유도해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의심합니다. 그래서 “정보와 지식의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청년세대가 이런 구조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목표(7쪽)”라고 했습니다.
윤희숙 의원님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나 기득권 수호에 매몰되어있는가를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득권은 보수주의자들의 기득권이 아니라 새로 권력을 쥔 진보주의자들의 기득권을 말합니다. 이 책은 1부에서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로, 비정규직,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 등,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들고 있는 6가지 정책의 내막을 분명하고도 쉽게 설명합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재정, 복지, 소득분배에 관한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짚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득권이란 정확하게 말하면 86세대입니다. 80번대 학번에 60년대에 출생한 세대로 90년대 무렵에는 386세대라고 하던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486, 586이 되다보니 그냥 86세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군사정권에 저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75세대의 뒤를 이어 보수 기득권의 타도를 내세웠었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어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들의 기득권 지키기는 이전 세대의 기득권 지키기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는 6.25동란으로 초토화된 이 나라를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린 세대입니다. 그렇게 일구어낸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는 세대가 바로 86세대인 것입니다.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등장한 86세대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미래의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몫까지 당겨 써버리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세대, 그러니까 지금의 2030세대는 86세대가 남긴 빚을 떠안아야 할 운명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 세대는 자신들에게 닥쳐올 운명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알맹이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챙기고 미래 세대는 떨구어주는 콩고물에 감지덕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득권을 쥔 세력들은 무늬만 진보임이 드러났습니다. 진보의 순수한 가치를 지켜온 분들마저도 그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들에게 휘둘려온 청년들이 사태를 직시하고 자신들의 몫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답이 <정책의 배신>에 담겨있습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시던 만큼 경제 사회분야의 전문가이시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아주 쉽게 풀어냈습니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글을 써야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적 착각을 범하는 오류를 잘도 내던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듣기와 느끼기에 더 민감한 젊은 세대들을 위하여 이 책에 담으신 생각들을 책 이외의 방식을 통하여 우리들의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