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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평점 :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저녁을 먹고 시내구경을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나서는 길이지만,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서 빠지지 않은 일은 동네서점 들리기였습니다. 물론 신문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접할 수도 있지만, 서점에는 새로 나온 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는 누리망 서점 등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도 합니다. 누리망 서점이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동네 서점들이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언젠가부터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기보다는 누리망 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 것 같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을 골라든 것도 어쩌면 동네서점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조금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더해서 이 동네서점은 저의 고향동네에 있는 서점이기도 하답니다. 제 고향은 항구도시 군산입니다. 군산에서는 비가오더라도 물에 잠긴 대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2012년에 자동차가 둥둥 떠다닐 만큼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고, 군산의 지역 특성상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살펴보니 2012년에는 하루 432mm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난리가 난 지역은 아마도 난개발 탓으로 배수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기는 접어두겠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그런 물난리 속에서 피해를 입은 한길서점 이야기입니다. 물난리가 났을 때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수습에 도움을 주었다는 서점입니다. 요즘 세상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서점과 마을사람들 사이의 평소 관계를 알려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이 모이던 장소라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군산에서 시위가 있었구나 싶어서입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한길서점에 상주한다는 작가 배지영님의 수필집입니다. 동네서점에 상주하는 작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문화체육부와 한국작가회의가 함께 시작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배지영님이 한길서점의 상주작가로 활동하시면서 하신 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의 동네서점>에 담았습니다. 동네서점이지만 작가 강연회, 독서회, 독서대회,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직장은 강원도 원주로 다니고 있어서, 한길서점의 글쓰기 수업에 참가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써놓고 보니 배지영님의 첨삭지도가 필요한 구절이군요)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도 여러 권 내보았고, 신문이나 블로그에도 다양한 글을 쓰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수필이라고 할 정도의 글은 아직 써보지 못해서 지도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회사에서 책읽는 모임을 만들어보았습니다만,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참입니다. 책 읽는 모임에 대한 조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는 부모님 기일과 양 명절이나 군산에 가보게 됩니다. 그것도 오가는 시간만 많이 들지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한길서점에서 주관한 작가 강연회는 주로 소설이나 수필집을 내신 작가 중심으로 진행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한번 강사로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건강에 관한 책과 독후감으로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향 동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년에 옮길 예정인 직장 근처에는 동네서점이 두어 곳 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 동네서점 탐방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동네서점과 연계해서 독립출판이나, 독서치료 등 좋은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