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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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책입니다. 우한폐렴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면회의를 자제하라는 지침 때문에 모임이 취소되었습니다. 다음 달에 읽기로 했는데, 한번 모임에서 2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기는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기로 제안하신 분의 말씀을 듣지 못해서 아쉽습니다만, 저의 느낌을 적어보기로 합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제목을 받고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에 관한 글로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별한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 남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대행하는 분도 계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품정리하는 일도 특수청소업체와 정리업체로 나뉜다고 합니다. 정리업체에서 하는 일은 앞서 말씀드린 돌아가신 분이 남긴 물건을 살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을 골라서 유가족의 뜻에 따라 나누는 작업을 대행해준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공부하러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집 근처에 굿 윌이라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주로 돌아가신 분들이 남긴 유품을 모아 파는 가게였습니다. 값이 아주 저렴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생각지 못한 명품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해서 자주 찾는 분도 계셨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이라는 이유로 께름칙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건을 팔아서 생긴 이윤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사용된다고 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정리업체가 아니라 특수 업체에서 하는 일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특수 업체란 고독사, 사건현장의 악취, 흔적제거를 주 업무로 하는 업체를 말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유품정리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유족들이 하기에는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경찰이 현장조사를 하고 돌아가신 분을 일단 장례식장으로 옮겨 부검을 하거나 검안을 하여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돌아가신 분의 사인을 밝히는 법의관 일을 4년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연사가 아니면 부검을 하여 사건의 순간을 구성해서 범인을 찾는데 필요한 사항을 챙기는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죽음의 상황에서 법의관과 특수 업체가 일을 나누는 셈입니다.


법의관으로서 만나는 주검은 다양합니다.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주검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단 집도가 시작되면 사인을 밝히는 일에 집중을 하게 되므로 견디기 어려운 요소들은 금세 잊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하여 특수 업체에서 하는 일과 그 일을 하시는 분들 역시 같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수 업체에서는 사건의 현장 뿐 아니라 동물의 주검을 치우는 일도 하신다고 합니다. 죽음의 시점에서 시간이 많이 경과한 주검이나 사건의 현장은 생각보다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현장을 정리해서 누군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정말 필요하고도 소중한 일입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나름의 사명감이나 철학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쓰신 분이 서문에 요약해 놓은 과정에서 그런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특수 업체의 일을 해오시면서 만난 현장의 모습 혹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특별한 사연을 정리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는 자살을 예고하는 사람과의 사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분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흔히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생활하다가 맞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용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인에서 개인을 둘러싼 사회로 확대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죽은 이가 고독하게 생활하다 죽음을 맞았다고 보는 고독사라는 용어는 죽은 이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고립사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사람의 죽음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둔 용어라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앞서 말씀드린 법의관 일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는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죽음은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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