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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킷리스트 - 21세기 지식인들이 선택한 인생 책 12
홍지해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0월
평점 :
책읽기를 장려하는 방송이 많으면 좋겠지만, 명맥이라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도 다행인 것 같습니다. 종편방송 TvN에서도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책을 소개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9월 24일부터 2020년 4월 27일까지 방영되었습니다. 이 방송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관심을 끌고 있는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독서 예능 방송을 추구하였습니다.
특히 엄두도 못 낼 만큼 두꺼운 책들(이런 책들을 ‘벽돌 책’이라고 한답니다)을 쉽게 소개하여, 방송만 봐도 책을 읽은 느낌이 들거나, 그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로 시작한 방송목록을 보니 과연 ‘벽돌 책’이라 할 만한 책들입니다.
요즘에는 방송을 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방송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책으로 묶어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종영이 아쉬웠던지 제작에 참여하시는 네 분의 작가님들이 방송의 결을 이어가보자고 의기투합하신 결과가 바로 <북킷리스트>인 듯합니다.
방송에서는 꾸준하게 읽히는 책을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저도 읽어본 책들이 적지 않았습니다만, <북킷리스트>에서 소개하는 12권의 책들 가운데 읽은 책은 4권에 불과하였습니다. 저도 누리집 신문에 독후감을 겸한 책 소개글을 꽤 오래 썼고, 그렇게 쓴 글을 묶어 <양기화의 BOOK소리>라는 책을 낸 적도 있습니다만, 책을 읽은 느낌을 적는 독후감과 책을 소개하는 글은 형식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 소개글에서는 ‘책을 쓴 저자들의 생각이 이렇더라’는 투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북킷리스트>는 그런 글과는 사뭇 다른 느낌, 즉 저자들의 생각이 담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저에 담긴 내용도 저자들의 생각을 거쳐서 정리된 느낌입니다. 중간에 삽입된 내부적 관점(Insight Point)은 원저에 담긴 내용을 요약해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삽입한 그림들은 원저에서 보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킷리스트>는 12권의 원저를 바탕으로 <북킷리스트> 저자들의 생각을 담아낸 것 같기도 합니다.
네 분의 작가들께서 각자 맡은 책들을 읽고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각각의 책을 어느 분이 정리했는지는 명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식이 통일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각자 맡은 책들을 정리한 원고를 네 분이 다시 읽으면서 의견을 모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북킷리스트>는 다중지성의 표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서로 나누는 모임을 하다보면, 미술과 조각 같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책 역시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모임을 통하여 미처 깨닫지 못했던 관점을 일깨울 수도 있습니다. <북킷리스트>에 담긴 12종류의 책들 가운데 이미 읽은 책들의 경우 제가 놓쳤던 부분을 챙겨보는 기회가 되었고, 미처 읽어보지 못한 책들 가운데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도 생겼습니다.
저도 오래 전에 KBS1TV에서 방영한 <TV, 책을 보다>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은 사회자가 던지는 질문에 출연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출연자가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기보다는 사전에 짜놓은 대본의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방송을 통하여 알려지게 될 내용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조조 모예스가 쓴 <미 비포 유>를 읽고 쓴 독후감이 작가의 눈에 띈 덕분이었습니다.
방송과 책은 형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킷리스트>는 모체가 된 TvN방송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와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방송과 책에서 다룬 책들을 누가 추천했다는 내용이 있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21세기 지식인들이 선택한 인생 책’이라는 부제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입니다. 제목 <북킷리스트>가 ‘북’과 ‘버킷리스트’를 합성한 것처럼 평생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가면서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