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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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토 대학 물리학부의 유가와 교수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연작의 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552쪽에 이르는 두께 때문에 선뜻 집어 들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필치 때문인지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다작을 하는 작가인 탓인지 <한여름의 방정식>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도 있으면서, 분명 색다른 점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익숙하다는 느낌은 사건현장이 퇴락해가는 바닷가 관광지 마을 하리가우라(가상의 마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화하면서 시즈오카 현에서 촬영을 했다는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이 무대라는 점, 여관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 등입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초등학생이 처음 등장한다는 점인데, 초등학생이 사건의 조역으로 등장하는 점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에서 일어난 일을 도쿄 경시청에서 수사에 개입하는 모양새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구요. 살인사건이 우연인지 아니면 계획된 범행인지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듯합니다. 즉 유가와 교수를 비롯한 경찰이 추론한 사인이 실험적으로 재현 가능한 일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구성을 다소 모호하게 한 것은 교헤이가 초등학생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나저나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는 일과 해저에 있는 열수광상의 개발이라는 환경지킴과 개발이 상충되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점에도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유가와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주장인 듯합니다. 하지만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이 가능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지킴이들 역시 개발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인 반론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환경은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발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하여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환경 보호론자들 가운데 감성에 호소하는 비전문가들도 새겨둘만한 논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수사관의 집념 같은 것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종결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면 수사현장에서 은퇴한 뒤에도 사건을 뒤쫓는 집념을 읽을 수 있었는데, 과연 가능한 일인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집념을 가진 전직 경찰이 피해자가 된다는 설정에서 과연 그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도 분명치가 않아 보입니다. 사건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도 모호하게 처리되는 듯합니다.

초등학생인 교헤이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유가와 교수의 배려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처럼 페트병을 이용한 물로켓 실험을 통하여 바다 속 진경을 보여준다는 설정인데, 처음 보는 초등학생을 위하여 스마트폰을 버리기까지 하는 것은 오지랖이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교헤이가 자연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훗날 자연과학자가 된다면 유가와 교수의 스마트폰이 제값을 한 셈이 될 것입니다.

바닷가에서 이러난 추락사고로 은퇴한 경찰관이 죽음을 맞은 사건,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는 사건이 쉽게 종결되지 못하는 것은 역시 과거에 일어난 살인사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으로, 과거의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을 고구마줄기 캐듯 뒤쫓아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는 작업을 하다보니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드러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형세인데, 이야기의 정점에 이르는 순간의 대반전이 생뚱맞지 않도록 한 장치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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