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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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무엇에 대하여 일단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간의 화제가 되는 장소는 물론 영화나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이 포함됩니다. 단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먼저 경험하는 경우는 있었고,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경험한 적은 있습니다. 물론 세간의 평가와는 다른 느낌이 남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를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경우 출간되자마자 쇄를 이어가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 현상에 일조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출간되자마자 주문을 넣었으니  그동안 지켜온 저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국 백서’라고 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호하는 책이 준비된다는 소문이 있고, 그런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이 준비된다면서 ‘조국 흑서’라는 별명이 붙은 책이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지난해 조국 사태에 대하여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진중권 교수님, 서민 교수님, 김경율 회계사님, 권경애 변호사님 그리고 강양구 기자님 등이 모여 대담을 나눈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처음 기획안이 나온 것이 금년 1월 28일이고, 최종 원고검토를 마친 것이 광복절인 8월 15일입니다. 그 사이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대담을 나누었고, 대담 내용을 7개의 장으로 나누었습니다. 앞부분에 해당하는 3개의 장은 지금의 집권세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나머지 4개의 장은 지금의 집권 세력이 보이는 이유배반적인 행태를 비판하였습니다.

다섯 분 가운데 서민 교수님의 경우는 동업자이고, 기생충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은 인연이 있습니다. 강양구 기자님은 프레시안에 발표한 기사를 열심히 읽던 인연이 있습니다. 진중권 교수님 역시 미학분야의 책을 읽어본 인연이 있습니다. 당연히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쏟아내고 계신 촌철살인의 사회비판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과 권경애 변호사님은 지난 해 조국 사태 이후에 처음 알게 된 터라 이번에 읽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통해서 처음 인연을 맺은 셈입니다. 물론 다섯 분 모두 대면하여 인사를 나눈 적은 없으니 인연을 맺었다고까지 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뒷부분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만, 앞부분에서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노무현 대통령 초기까지는 저 역시 진보 쪽에 서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미심쩍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고,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것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뒤였습니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도 뜨악했고, 취임식도 하지 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이야기를 물밑에서 듣기도 했던 것입니다. 결국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맞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세계적은 추세로 보아 광우병은 소멸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 출범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광우병 사태를 키워갔는데, 그런 상황에 과학자들까지도 과학적 견해가 아니라 정치적 수사로 상황을 왜곡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당시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했던 과학자는 지금 정치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008년 당시 광우병 파동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우리나라의 진보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던 제가 그 판을 잘못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끝장나고 있음을 우려하시는 다섯 분은 여전히 진보적 입장을 지키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의 기획에 흔쾌하게 동참하신 것은 진정한 진보적 가치를 사수해야 하겠다는 순수함의 발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는 데는 ‘이전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한 이때’,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싸움에 나선 다섯 분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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