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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영문학 - 청소년기에 영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ㅣ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박현경 지음 / 글담출판 / 2020년 6월
평점 :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영어였습니다. 어렵게 재수를 해서 대학에 입학해서도 영어 원서를 교재로 쓰는 과목이 문제였습니다. 교재 한쪽을 읽어내는데 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중학교 때 흥미를 돋우지 못하고 대충 시작했던 것이 평생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무렵 <10대에게 권하는 영문학>과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제 인생은 분명 다른 길을 따라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현경교수님이 쓰신 <10대에게 권하는 영문학>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일 수도, 필연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께서 저의 옆집에 사셨다는 인연으로 책을 보내주셨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으면서도 말입니다. 제게 보내주신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을 읽었으면 느낀 바를 적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것이 있는지라 몇 줄을 적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글담출판에서 기획한 “10대에게 권하는 (책)”의 연작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인문학, 문자 이야기, 역사, 공학 등에 이은 다섯 번째 주제로 영문학이 선정된 듯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제가 전공한 ‘의학’도 한 자리를 차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성적이 되면 우선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세태이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 역시 저자처럼 이과출신인지라 영문학과 영어교육학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보니 학원에서 반편성을 바꾼 이력도 비슷하네요. 저자께서는 이과반에서 문과반으로 바꾸어 영문과를 지원하셔서 입학하셨다고 했습니다만, 제 경우는 서울대반에서 기타 대학반으로 바꾸었고, 덕분에 한번 떨어졌던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어림없을 일이지만, 수능이 없던 옛날이라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10대에게 권하는 영문학>에는 영문학이란 어떤 학문인지, 영문학의 범주는 무엇이고, 영문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10대들에게 영문학을 공부하라고 권하는 이유, 즉 영문학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책을 쓸 때 사용하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식의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하거든요’, ‘~있어요’, ‘~이지요’ 등, 십대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리를 내어 읽지 않아도 저자가 곁에 앉아 조근조근 가르쳐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더 중요한 점은 무슨 내용인지 아는 책들이 많아서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문학을 소개하는 책이라서 당연히 영문학 작품이 먼저 소개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제 나이쯤 되는 사람들이면 대부분 알고 있을 미국 가수 밥 딜런이 1962년에 발표한 <blowing in the wind(바람에 실려 오는)>을 제일 먼저 인용했네요. 아마도 밥 딜런이 201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를 노랫말 삼은 노래도 있고, 노랫말 가운데는 시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께서 인용하는 많은 영문들에 우리말 번역을 달아놓으셨는데, 책이나 시의 경우는 이미 우리말로 옮겨진 것을 같이 인용하셨는데, 원문을 교수님께서 직접 번역하셨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여행기에서는 많이 부족한 솜씨지만 직접 우리말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형편입니다.
책의 뒷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미래의 주인공이 될 10대들에게 영문학을 공부하면 좋은 이유를 잘 설명하고 계신 듯해서입니다. 70을 바라보는 제가 영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혹적(?)인 권유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저자께 제가 쓴 책을 보내드릴까 생각을 해봅니다.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