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 디지털 시대는 어떻게 죽음의 의미를 바꾸었나?
일레인 카스켓 지음, 김성환 옮김 / 비잉(Being)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이켜보니 블로그를 시작한 지가 벌써 16년이 되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에 처음 시작했던 블로그가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블로그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블로그는 천만이 넘는 방문객을 맞은 소위 파워블로그였는데, 보건의료 관련 자료를 많이 모아두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 광우병파동 당시 뜨거운 공방이 있었던 것인데, 블로그가 문을 닫으면서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가족이나 친지들과 관련된 사진은 동의가 없으면 올리지 않는다거나, 공개가 가능한 수준의 개인사를 요약해주는 일종의 주간 일기 형식의 글까지만 올리고 있습니다. 첫블로그에서는 자료를 수집하는데 주력했다면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는 주로 제가 쓴 글을 모아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온라인에서 만난 이웃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곤 했습니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다보니 만나고 헤어짐이 오프라인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웃들 가운데는 세상을 뜨는 분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블로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제가 죽은 뒤에 블로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전혀 생각해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레인 카스켓 박사가 쓴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읽고서 그런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저자는 블로그를 비롯하여 최근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SNS를 운영하던 사람이 죽은 뒤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모야 분석했습니다. 특히 사고나 사건과 관련되어 갑자기 죽는 경우에 죽은 이의 SNS계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고인의 SNS계정이 여타의 자산처럼 지정 상속인에게 물려질 수 있는 절차는 아직 업는 듯합니다. 다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두었을 때는 폐쇄할 수도 있고, 죽은 이에 대한 추모공간으로 운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추모공간으로 유지한다면 해당 계정에 접속하여 소통을 하는 이는 일종의 유령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계정의 운영자가 바뀌었음을 분명하게 하고 전 주인이 남긴 자료는 필요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SNS계정에 올려둔 자료 가운데 남겨진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한 것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데이트폭력으로 희생된 사람의 불로그에 가해자의 사진이 다수 올려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가족들이 보기에는 제2의 충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계정의 주인이 아니면 해당 자료의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계정에 접속하는 방법을 가족들이 안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올리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큰 다음에 자신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간병일기를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고 책으로 묶어낸 이도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병으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내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을까요? 생각해볼 일입니다.

저자는 운영자의 사후에 SNS계정을 둘러싸고 일어난 복잡다단한 상황들을 수집하여 분석해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하는 10가지의 일반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지침이 될 수도 있겠고,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면 좋겠다는 것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