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한중록 - 179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혜경궁 홍씨 지음, 박병성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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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독서동아리에서 읽은 책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읽을 기회가 없었을 터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이 쓴 작품인데 규방가사 혹은 궁중소설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영조-정조 간의 궁중비사를 다룬 영화나 연속극이 적지 않은 것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고 사건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임오화변에 관한 기록으로는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당시의 사건을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정조가 세손시절 영조에게 주청하여 파기되었으며, 정조 또한 자신의 일기인 일성록을 사건 전후 2개월 이상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1999년 12월에 영조가 쓴 사도세자의 묘지문이 공개되었습니다. 묘지문에는 사도세자의 행적을 적고, 죽임을 당하는 이유가 이렇게 요약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면서부터 총명하였고 자라면서는 글월에도 통달하여 조선의 성군으로 기대되었다. 오호라, 성인을 배우지 아니하고 거꾸로 태갑의 난잡하고 방종한 짓을 배웠더라. 오호라, 자성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것을 훈유하였으나 제멋대로 언교를 지어내고 군소배들과 어울리니 장차는 나라를 망할 지경에 이르렀노라.(한겨례신문 2017년 12월 1일자 기사. ”영조가 사도세자 묘지문에서 직접 밝힌 죽음의 이유“ 참고)

이 점에 관하여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에서 밝히기를 사도세자가 영민하였기 때문에 영조께서도 거는 기대가 컸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도세자의 마음이 여려서 영조의 하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차갑게 대하였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도세자도 장성하게 되었고, 자연 반발하는 심리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세자가 궁인을 포함하여 주살한 사람이 백여 명에 이르렀으며, 친모 영빈 이씨에게 영조를 죽이겠다고 토로했다는 사실을 영빈이 직접 영조에게 고하여 죽이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화나 연속극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이 당시 노론과 소론 사이에 치열하게 전개된 당쟁의 희생이었던 것처럼 그려지는데, 사도세자가 소론에 기울었던 것을 노론 쪽에서 지나치게 경계한 탓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세자의 장인인 홍봉한이 노론에 속하였는데, 평소에는 세자를 옹호하다가 그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포기한 것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한중록>은 모두 4편으로 구성되었는데, 1편은 혜경궁 자신의 출생부터 성장기, 9살에 세자빈으로 간택된 이야기를 거쳐 50년에 걸친 궁중생활을 간추렸습니다. 정조 19년(1795년)에 쓴 것으로 임오화변에 관한 기록은 차마 담을 수 없다 하여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후반에는 정적들의 모함으로 친정식구들이 화를 당한 전말을 기록하였습니다. 나머지 3편은 각각 순조1년(1801년), 순조2년(1802년), 순조5년(1805년) 등에 기록된 것으로 순조1년에 동생 홍낙임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사사된 뒤에 적은 것입니다. 화완공주의 양면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한 배경을 적으면서 손자인 순조에게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청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 4편에는 임오화변의 진상을 밝히는데 사도세자의 광포한 행동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중궁궐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만, 궁궐 안에서는 아무래도 얻어들을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이 편향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친소관계에 따라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터이니 말입니다. 왕이라 할지라도 정보원을 다양하게 두지 않으면 특정한 세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극이 싹틀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왕가의 여인들이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할 수 있었던 것도 조선왕조에서 수많은 비극이 벌어진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혜경궁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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