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의 독서동아리에서 읽은 책입니다. 시, 소설 중심이던 책읽기가 확대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시선이 나 혹은 우리에서 세계로 넓혀진 느낌이랄까요? 제목이 아주 충격적입니다. 설마 세계인구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장 지글러교수는 사회학자이자 정치인이자 활동이기도 합니다. 2000년부터 국제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지도가 나오고 모두 23개의 국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거론된 나라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기아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만, 러시아, 브라질과 같은 나라도 기아문제가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성공회대 우석훈교수는 이 책의 서두에 붙인 해제,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에서 “이 책은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2006년 10월에 낸 보고서에 언급되어 있는,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5천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 카림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갑니다.

세계적인 기아문제에는 다국적기업과 선진국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서 필요로 하는 농작물이나 기호품을 생산하는데 매달리다보니 정작 자국민들이 먹어야 할 식량생산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국제시장에서 비싸게 사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농지가 황폐화하고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 도시빈민이 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으로 본다면 이들 국가의 내부적인 문제는 없는지도 짚어볼 일입니다. 그마저도 외부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지도 말입니다. 특히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의 개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동지에게 배신을 당한 상카라의 죽음으로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예로 들기보다는 1966년 독립하여 2005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11,410달러에 이른 보츠와나의 성공사례를 드는 편이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르키나파소와 보츠와나의 결정적 차이는 정책입안자가 어떤 철학을 가졌는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기아로 고통받는 나라의 대부분은 권력을 쥐고 정책을 입안하는 집단의 철학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문제는 인구집단을 구성하는 종족 간의 갈등이 핵심일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를 지배했던 유럽제국들이 힘겨루기를 통하여 설정했던 경계선을 바탕으로 독립이 결정되고, 그러다보니 서로 다른 종족들이 한 나라에 속하게 되면서 갈등이 내재되었던 것이라면 궁극적인 책임은 유럽제국에 있는 것이 옳겠습니다. 독립을 결정할 때, 일단은 단일 종족으로 중심으로 나라를 구성하고 국경을 정하도록 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기아문제를 두고 인도적 구호활동은 적지 않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에게 주는 빵 한 덩이는 배고픔을 잠시 잊게 해주는 효과 밖에는 없습니다. 빵을 만들 수 있는 밀을 생산하고 빵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작은 아이의 책인데, 책을 읽다가 2007년에 진료소 책모임에서 읽었다는 요약문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역 노숙자들을 진료하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할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약문 가운데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조차 바꾸지 못하는 상황인데, 하물며 다른 나라의 구조가 바뀌어야 해결될 일이라는 생각으로 막막하고 무력함을 느끼게 했던 책”이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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