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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
크리스틴 브라이든 지음, 김동선 옮김 / 인터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치매의 예방, 조기 진단 그리고 초기 치매환자의 생활방식 등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오래 전체 출간 소식은 들었지만 챙기는 것을 깜박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에 소개되었지만, 원저는 1998년에 출간되었으니, 저자의 말대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가 쓴 책으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뒤로는 웬디 미첼이 쓴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읽었고, 신경과 의사가 환자의 관점에서 쓴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등이 치매를 앓는 환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웬디 미첼의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읽으면서 치매환자에 대한 저의 인식을 새롭게 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치매에 관한 책에서 다룰 예정인 이야기의 핵심을 얻은 책읽기였습니다.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 역시 특히 치매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진단 초기에 하던 일을 접고 퇴직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초기 치매환자의 삶을 설정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치매를 진단한 전문의가 퇴직을 권고한 것이 적절했나 싶습니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할 때 퇴직을 고려해보라 권고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저자는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퇴직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자문하는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행여 실수라도 할까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퇴직 결정에 대하여 노령퇴직연금회사에서는 직장에 복귀해 재활훈련을 받으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연금회사의 이런 결정은 역시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타당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꾀병을 핑계로 연금을 타내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했던 모양입니다. 연금회사 입장에서는 연금수급을 늦출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면 새로운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을 스트레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지적활동을 강화함으로서 질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열심히 일하시던 분들도 은퇴를 하고 나면 자극이 줄어들고 생활이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은 치매의 진행을 저지할 동력이 없어지는 셈입니다. 따라서 하던 일, 혹은 새로운 일을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지속하는 것이 치매증상의 악화를 막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치매진단을 받고도 상당기간 운전을 계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향감각이 사라져 어디로 운전 중에 어느 쪽으로 가야되는지를 헷갈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운전 중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다보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이 분 같은 경우는 일찍 운전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는 대중교통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자가용 없이도 이동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중교통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없다면 누군가로부터 이동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뒤에 바로 타크린이라고 하는 약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약제는 신경세포들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비하는 아세틸콜린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제거하는 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라고 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즉 아세틸콜린이 일찍 사라지지 않도록 해서 작동시간을 길게 해주는 약제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 약제가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의 악화를 저지하는 역할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물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3분의 1에서는 치매증상의 개선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3분의 1의 환자에서는 증상이 유지되고, 나머지 3분의 1에서는 증상의 악화가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다행이 저자의 경우는 치매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 효과가 하느님의 기적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치매의 예방 혹은 치료에 종교의 역할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교회를 통하여 정신적인 지지를 받아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전적으로 신의 힘이라고 믿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