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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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연작’에 속하는 추리소설입니다. 경시청의 구사나기 형사가 사건 수사를 맡고, 데이도 대학 물리학부의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성녀의 구제>에서는 경시청의 수사관으로 우쓰미 가오루라는 신참 여형사가 등장합니다. 여성 특유의 감을 내세워 색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았는데, 특히 <성녀의 구제>에서는 뭔가의 이유로 구사나기 형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유가와 교수를 사건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성녀의 구제>에서 보이는 색다른 면은 일종의 예고살인과 수사관이 용의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다는 상황을 엮었습니다. 퀼트 공예가 아야네와 IT회사의 사장인 요시다카는 결혼 1주년이 가까워오는 신혼부부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 간에는 1년 안에 임신을 해야 결혼을 유지한다는 요시다카가 제시한 결혼조건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결혼 1년이 다가오는데도 임신을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요시다카는 아내에게 무언가를 통보한 다음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 가운데는 요시다카를 살해할 방법을 암시하고,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 줘야겠어(12쪽)’라고 살인을 예고합니다. 그리고는 장면이 바뀌어 회사 동료부부와의 작은 파티가 열리고, 다음날 아야네는 혹카이도에 있는 친정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아야네의 제자 와카야마 히로시를 불러들여 밀회를 즐긴 요시다카는 다음날 저녁 죽어있는 상태로 발견됩니다. 일단 밀실살인의 전형으로 범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추리하는 것이 <성녀의 구제>를 읽는 독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입니다. 일단 용의자는 아야네가 되겠지요.

아야네를 처음 본 순간 구사나기가 마음이 기운다는 설정은 쫌 그렇습니다. 수사관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인데, 구사나기형사가 과연 사건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쓰미 가오루라는 신참 여형사를 등장시킨 것인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에서 내놓은 주제, 허수해(虛數解)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쏭달쏭했습니다.  혼잣말인 듯 적어놓은 “구제와 단죄, 그 사이에 놓인 허수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설명이 더 헷갈리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허수(虛數)란 곱해서 0보다 작은 숫자를 말합니다. 알콰리즈미에 의하면 모든 2차방정식에는 정답이 없을 수도, 하나일 수도, 2개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수를 감안한다면 모든 2차방정식에는 두 개의 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구제와 단죄’라는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가를 찾아보라는 주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구제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현대의 법인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법의 테두리에서 죄과를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요.

아야네가 예고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추론은 유가와 교수가 세우고,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수사는 구사나기형사와 가오루 형사가 제 몫을 다해서 범행 방법을 구체화시키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건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인과관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은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동기가 되는 사실들은 사건 초반에 암시라도 해주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막히면 장면을 전환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상황을 던져놓으면 사건을 추리하면서 읽어가는 독자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숙제 가운데는 자신이 살해한 남편의 아이를 가진 제자 히로시에 대한 아야네의 배려도 있습니다. 과거에 남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임으로 해서 누군가 상처를 입었던 것을 고려한 것일까요? 시앗을 본 여자의 심리가 그렇게 대범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답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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