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카이로스총서 63
알로이스 리글 지음, 정유경 옮김 / 갈무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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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이라는 제목이 주는 상당한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책을 골라든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도전의 성과는 미미한 것이었습니다만...) 제목을 보면서 건축예술의 역사적 발전과정에 대한 비평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쓴 알로이스 리글(1858-1905)교수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미술사는 미학의 세부분야로 독립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활동하던 19세기 말로부터 150년전에 출발점인데, 미학자들이 학문적 토대를 놓았다는 것입니다. 미술사학이 다룬 분야는 최초에는 건축을 중심으로 하여 조각과 회화를 양 날개로 삼았던 것을 중앙의 뒤편으로 공예라는 분야가 더해져 모두 4개의 영역을 다루게 되었다고 합니다.(288쪽) 미술사학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미학적 시각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었고, 미술사 전공자가 담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가 활동하던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미술사 나름의 독자적인 연구 영역과 방법론의 구축이 요구되었습니다.

양식론을 내세운 뵐플린과 달리 알로이스 리글은 예술의지 개념을 제안하였으나 주류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증주의를 지향했음에도 사변적 특징을 보이고, 전체주의적 색채를 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는 것입니다. 리글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서양미술사의 방법론적 체계를 구성하려는 목적으로 저술과 강의를 병행했습니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은 그가 생전에 써나가던 초고와 강의록을 바탕으로 편집된 것입니다. 수고는 1897-1898년 사이에 써나가던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이라는 제목의 미완성 원고이며, 강의록은 1899년 여름학기에 강의한 내용입니다.

아마도 써나가던 원고를 토대로 강의를 준비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체계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1부에서는 세계관을, 2부에서는 미술 작품의 기본요소를 다루었습니다. 수고편의 세계관은 3개의 시기로 구분하였는데, 제1기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통한 자연의 개선으로서의 미술’의 시기로 고대 이집트로부터 알렉산드로스 이전 시기의 그리스, 헬레니즘 미술과 콘스탄티누스 대제까지의 로마 미술이 여기 속한다고 했습니다. 제2기는 ‘정신의 아름다움을 통한 자연의 개선으로서의 미술’의 시기로, A. 신체적으로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의 계속한 비잔틴 미술과 러시아, 이슬람 미술이 여기 속하며, B. 정신적 아름다움의 그릇으로서의 추한 자연이라는 서론으로 시작하는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이탈리아 미술과 동 시대의 게르만 미술을 다루었습니다. 제3기는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의 시기로, 미켈란젤로에서 시작하는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과 동 시대의 알프스 이북의 바로크 미술을 다루었습니다.

2부의 미술 작품의 기본요소를 다루면서 먼저 미술작품의 목적을 설명하과, 이어서 모티프에 따른 미술작품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그리고 입체와 평면이라는 관점에서 미술작품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다루었습니다. 3부에서는 누락된 결론부를 위한 구상을 추가하였습니다.

이 책의 두 번째 내용에 해당하는 1899년의 강의록은 역시 세계관과 기본요소로 나누었는데, 세계관은 제1기에서는 서기 3세기까지 고대의 의인관적 다신론을, 제2기에서는 그리스도교 일신론이 유럽을 주도하던 시기로 313-1520년까지의 시기입니다. 아마도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은 때부터 종교개혁이 일어나던 시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제3기는 자연과학적 세계관으로 전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2부 기본요소에서는 모티프와 목적, 그리고 입체와 평면 등이 미술작품의 기본요소가 된다고 보고, 시기에 따라서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저자가 강의록에서 ‘이 강의는 미술사에 대한 입문용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예술 시기에 대한 일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급자들에게만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저 같은 초심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자가 너무 주관에 의지하여 논의를 펼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2차원과 3차원을 인지함에 있어 시각은 2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고, 3차원으로 확대하려면 촉각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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