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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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면 우선은 놀라고, 무슨 일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막차인 경우에는 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아가와 다이주의 소설 <막차의 신>은 마지막 전철이 갑자기 벌어진 인사사고로 인하여 정차하면서 벌어진 상황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7편을 모았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전철역 대부분이 여닫히는 문으로 선로와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닫이문이 없을 때는 승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 밀려 선로로 떨어졌다가 불행을 당한 사람도 있고, 삶을 비관하여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에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적지 않았던가 봅니다.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만, 동경 출장길에 전철역에서 인사사고가 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하여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취객을 구했지만, 자신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던 한국인 청년 이수현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막차의 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막차를 타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사사고로 정차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사건을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야근이 이어지면서 지쳐가는 팀원들을 쥐어짜기 위하여 24시간 휴가명령이 떨어지는데, 막차를 타고 퇴근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들어간 권투 체육관에서 만난 관장의 권유로 시범경기를 하게 됩니다. 상대선수로부터 아무리 맞아도 3분만 버티면 공이 울리고 쉴 수 있다는 권투 경기의 규칙을 관장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경륜선수를 애인으로 둔 여성이 경기에 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애인과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별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인의 집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불이 나는 바람에 편지가 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녀는 이별을 없었던 일로 할지 궁금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이발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었다는 전갈에 병원으로 달려가던 주인공이 전철이 멈추면서 조바심을 내게 되는데, 다행히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발소를 지키겠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가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전철의 인사사고의 현장은 아니지만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의 가출로 불안한 소년시절을 보낸 남자가 자신의 겪은 불행한 일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장을 하고 단막희극작가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된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급생들이나 선생님은 그녀가 왕따를 당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왕따 문제도 본인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이 여학생은 그림그리기에 빠져 왕따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하루는 공원에서 수채화를 그리다가 필요한 빨간색이 없음을 알고 손목을 그었던 것인데, 출혈이 심해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이 됩니다. 주위에서는 왕따로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가해자 남학생이 오히려 충격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인파에 밀려 선로에 떨어진 여성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에 그 사람을 찾기 위하여 사고현장에 있는 매점에서 일을 시작한지 무려 25년 만에 생명의 은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한번쯤은 겪었거나 들어보았음 직합니다. 읽어가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적지 않았던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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