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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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524쪽에 이르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작가가 깔아놓은 다양한 장치들이 볼 만 합니다. 우선 제목을 따온 라플라스 이론이나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같은 물리학 분야의 이론에 최신 뇌과학을 접목하여 신인류의 등장 가능성까지 다루었습니다.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2012년에 발표한 <제노사이드>에서 신인류의 등장을 점친 바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노사이드>에서는 신인류의 등장을 두려워한 현생인류의 저항을 그렸다면 게이고는 신인류의 등장에 대한 현생인류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라플라스 이론은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라는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라플라스의 주장입니다. 다만 현재의 뇌과학의 수준으로는 아직도 ‘라플라스의 마녀’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라플라스의 마녀>에서는 여러 건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3건은 사고로 위장된 살인사건입니다. 사건들은 서로 엮여 있습니다만, 황화수소가 살해의 핵심 요소로 등장합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토네이도가 발생하는지는 궁금합니다. 화산과 온천이 많은 일본이라는 특별한 지리적 여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문제는 화산가스라고 하는 황화수소를 어떻게 살인도구로 쓰는가 하는 문제인데, 라프라스의 악마가 존재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한편 피를 나눈 자녀와 아내를 살해하는 남편을 보면서 역시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가족 학대 경향의 확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특별한 상황으로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는 살인사건을 뒤쫓는 사람들이 두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일단은 최초의 사건을 인지한 경찰과 그를 도와주는 지구과학자가 있고, 이어서 사건을 일으키는 자를 보호하려고 뒤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은 두 집단이 하나로 정리가 되기는 합니다만, 사건의 본질을 미궁에 빠트리는 것은 정부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뒷맛이 고약하게 남는 부분입니다. 즉 라플라스의 천재를 만들어내려는 도전이 국책과제라는 이유로 사건을 덮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입니다.

더하여 사고로 인하여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하여 뇌신경 재활을 위한 신의료기술을 적용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정상적인 친딸에게 수술을 행하여 같은 능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인 윤리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는지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여기에서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바에 따르는 것으로, 개인은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사회라는 집합체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행동은 물리학의 법칙을 적용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범행을 도와줄 공범을 확보하는 과정을 보면 정말 사람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기억에 관한 언급도 주목할 만합니다. “인간의 기억에는 종류가 있거든요. 이를테면 시계, 손수건, 책상 같은 물품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과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는 전혀 별개의 계통이 사용됩니다. 과거의 기억을 잃었더라도 모국어나 물건의 사용법, 규칙이나 관습은 잊어버리지 않는 건 그 때문이지요. 기억상실의 경우, 경력이나 인간관계를 잊어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396쪽)” 인간관계를 잊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지 확인을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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