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언어 - 통념의 전복, 신화에서 길어 올린 서른 가지 이야기
조현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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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개국신화로 단군신화가 유일하다고 배웠는데, 신화의 개념이 많아 달라진 듯합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신화(myth)는 한 나라 혹은 한 민족, 한 문명권으로부터 전승되어 과거에는 종교였으나, 더 이상 섬김을 받지 않는 종교를 뜻한다.’라고 정의합니다. 전설이나 민담과는 차이가 있어서, ‘신화가 초자연적이고 숭엄한 사실을, 전설은 실재의 장소․사물․인물에 대하여 사실로 믿어지는 것을, 민담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흥미위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화는 동북아시아의 신화와 뿌리를 같이 하는데, 무속적 성격에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크게는 건국신화와 무속신화로 구분합니다. 건국신화로는 잘 알려진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부여의 동명신화, 고구려의 주몽신화, 신라의 혁거세신화, 알영신화, 석탈해신화, 김알지신화, 가락국의 수로왕신화 등이 있습니다. 무속신화로는 제주 지방에서 굿할 때 부르는 <초감제>, 함흥지방의 <창세가> 등의 우주발생신화가 있고, <당곰애기신화>, <남매혼 신화> 등의 인간 탄생 신화 등이 있다고 합니다.

신화학자 조현설교수님의 <신화의 언어>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신화가 이렇게 많았나 싶었던 것은 신화에 대한 정의가 제가 배운 것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화와 언어>는 주로 우리나라의 무속을 통해서 전해오는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신화 속에 담긴 선조들의 생각을 살펴보고 있는데, 단순하게 우리나라의 신화를 소개하는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중국, 일본 등 가까운 나라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멀리 유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들에서 전승되어오는 신화를 서로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아시아 신화로 읽는 세상’이라는 기획으로 2017년부터 경향신문에 연재되던 것을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기획의도는 1. 아시아신화를 통하여 신화가 오늘을 읽는 비평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2. 아시아 신화를 통하여 서양 신화와 세상을 해석하며, 3. 편식을 접고 비평적 균형 감각을 찾아보자 등이었다고 합니다.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글의 내용을 검토한 바, “신화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었고, 핵심 주제는 ‘무의식과 역설’, ‘자연과 타자’, ‘문화와 기억’, ‘권력과 이념’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주제로 7개 혹은 8개의 글을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 ‘무의식과 역설’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우주탄생의 신화입니다. 함흥지방의 무속에 전승되어온다는 <창세가>의 본질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미륵님과 석가님이 세상을 다스리는 권한을 두고 일전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불교가 2500년 전에 태어난 석가모니에 의하여 시작되었던 것이고, 미륵은 석가모니 열반 후 56억7천만년이 지난 뒤에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깨달음을 얻게 될 미래의 부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미래불이 세상을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이니 조금 그렇습니다.

대체로 민담은 선과 악, 행운과 불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우리의 무의식이 그려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화에서는 반드시 그런 모양새를 갖추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무속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엷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속을 통하여 전승되어온 신화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신화를 오늘날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 현대의 유럽 예술계를 물론 문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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