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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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급학교에서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학교폭력을 겪은 경우 정도에 따라서 외상후 장애가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가 남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히가시고 게이고의 2008년 작품 <악의(惡意)>는 학교폭력이 낳은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의 친구가 성장해서 작가로 활동하게 되는데, 학창시절 저질렀던 행동이 씨앗이 되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으로 교사출신의 가가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악의(惡意)>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기록한 사건의 내용과 사건을 수사하는 가가형사가 조사한 내용을 번갈아가면 내놓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인양 사건의 내용을 기록한다는 착안은 범인이 작가라는 점을 활용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건을 저지른 노노구치 오사무는 가가형사와 같은 학교에서 동료교사로 근무한 사이라는 점입니다. 범인은 사건기록을 통하여 사건내용을 왜곡하여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민완의 가가형사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사건 초반에 범인으로 지목되어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사건 초반에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는 이야기의 경우 대개는 수사관이 어떻게 범인을 추정해가는 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 마련입니다만, <악의(惡意)>에서는 범인이 저지른 실수를 가가형사가 놓치지 않고 찾아들어가는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惡意)>의 서사구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범인이 일찍 밝혀졌지만, 살인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즉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증거들을 조작하여 내보이려한 살인의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야기를 읽는데 있어 핵심이 되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노노구치 오사무가 중학교 때 친구인 히다카 구니히코를 살해한 동기를 작가는 악의(惡意)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어렸을 때도 학교폭력의 희생자였던 히다카를 폭력의 가해자였던 노노구치가 성인이 되어서도 살해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착함의 대명사라 할 히다카에게 대한 열등감에 기인한 악의가 작동한 것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 시절 저지른 잘못이 세상에 밝혀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더하여 최근 재발된 위암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으면서도 오히려 도움을 주려했던 히다카가 평생 쌓아온 작가로서의 성과물까지도 차지하려했던 노노구치의 후안무치함은 분명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의 심리를 보면, 그저 피해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피해자에 대한 깊은 악의로 인하여 피해자를 괴롭히게 되는데, 이야기에서 살해당하기에 이르는 히다카의 경우는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무언가를 도와주려는 선의로 똘똘 뭉친 인물로 그려집니다.

저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10번을 넘어서본 적이 없을 정도로 키가 작고 약한 편이었습니다. 공부는 조금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더라면 아마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주로 뒷자리에 앉던 친구들이 은근히 동급생들을 감싸주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를 빗겨가려면 서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친구는 가급적 많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약하더라도 수가 많으면 힘이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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