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예술철학 - 모더니티의 계보학 철학의 정원 36
조지프 J. 탄케 지음, 서민아 옮김 / 그린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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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던 동네 도서관이 몇 주 전에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다시 열었을 때 보니, 내부 구조를 바꿔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도, 다시 문을 닫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두 달이 넘었던 책읽기에 대한 갈증이 잠시 풀리는 듯하더니, 도로아미타불입니다.

미국의 철학자로 하와이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조지프 J. 탄케 교수의 <푸코의 예술철학>은 기왕에 읽었던 <감시와 처벌>, <지식의 고고학>, 그리고 <광기의 역사> 등 푸코의 저술과는 결을 달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고른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미셸 푸코가 추구했던 철학적 연구가 인간 본성에 대한 숙고보다는 현재의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즉 우리의 모더니티(즉, 중세 봉건부의로부터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 연관된 사회적 관계, 특히 지적 문화에 있어서의 경향을 의미합니다.)를 형성하는 일련의 담론과 실천, 사건과 우연들을 재구성하려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푸코가 추구한 모더니티의 계보학을 정리해보려 했다고 합니다. 특히 푸코의 계보학은 기존의 관점과는 달리, 담론적 실천과 시각적 실천을 분리하여 이질성을 부각시키는 고고학적 방법론을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미학자임을 고려한다면 서양미술의 근대화과정을 푸코의 계보학적 연구방법으로 정리해보려는 시도로 읽었습니다. 1장 ‘모더니티의 시작’에서는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을 통해서 사물을 그림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재현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모더니티가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고 정리합니다. 2장 ‘단절’에서는 <올랭피아>, <발코니>,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에두아르 마네의 회화를 중심으로 마네의 그림이 수 세기를 내려온 시각적 전통을 어떻게 파괴하였는지, 그리고 새로운 존재론적 조건을 예고하였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푸코가 <지식의 고고학>의 결말 부분에서 던진 ‘지식의 규칙서을 드러내면서도, 인식론전 형태와 과학의 측면에서 지식을 분석하려 하지 않을 고고학적 분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까?(99쪽)’라는 화두를 분석합니다. 결과적으로 회화를 분석하는데 고고학적 방법을 활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아르시브(l’archive, 문서)는 완전하게 기술될 수 없다는 것과 아르시브에서 이런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것(107쪽)‘입니다.

‘근대미술이 아르시브에 의해 서술되는 공간 안에서 발생했다’라고 푸코는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 묘사된 인물들이 앉은 구도가 바로 16세기 이탈리아의 동판화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의 <파리의 심판>의 일부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원형을 가져다가 ‘해체에 대한 묘한 감각’을 일으켰다는 해석은 미술사학자 로버트 로젠블럼입니다.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 그려진 세 명의 중심인물, 목욕하는 여신, 풍경, 전경에 놓인 정물 등이 묘하게 일관성을 잃어, 최종적인 통합은 결코 일어나지 않읗 것처럼 보인다(117쪽)”라고 하였습니다.

3장 ‘비언어적 회화’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대한 푸코의 분석을 통하여 모더니티 안에서 예술의 지위를 살펴보았습니다. 푸코에 따르면 20세기 이전의 고전주의 회화는 ‘회화의 형식적 요소를 조직하고, 그 가시성의 영역을 분배하며,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결정해왔다’는 것입니다. 즉 ‘당신이 보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회화에서는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주장한 것처럼, ‘우리가 보는 대상은 결코 우리가 말하는 내용에 속해 있지 않다(163쪽)’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상과 언어는 유사할 수도 있고, 상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4장 ‘반-플라톤주의’와 5장 ‘견유주의의 유산’은 미학적 담론이라기보다는 철학적 사유를 정리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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