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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제가 요즘 고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가끔은 세상사는 일이 이것은 아니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새로운 일이지만 배워가면서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변화를 선택한지도 벌써 12년째인데, 또 변화를 선택하는 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는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선택을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런 어웨이 브라이드>가 생각나는 설정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두 개의 프롤로그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는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약혼녀와 절친을 떼어놓고 달아난 청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순간 엘비스 프레슬 리가 부른 <이츠 나우 오어 네버>가 흐르는데, ‘지금 하거나 영원히 하지 않거나’하라는 것입니다. 즉 달아나거나 아니면 그럭저럭 살아가는 선택을 하라는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두 번째 프롤로그도 있습니다. 그렇게 현실을 도피한 남자가 10년 후에 사랑을 하게 된 여성과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 그녀가 위험해진다’라는 내면의 소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환청을 듣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5년의 세월이 지난 뒤, 남자는 현실을 도피한 목적을 달성합니다. 잘나가는 정신과의사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이 의미가 있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7년 10월 31일 토요일 아침 8시에 눈을 뜬 그는 옆자리에 누운 여자의 정체도 확인할 겨를이 없이 바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방송출연에 이어 진료실로 와서 진료를 하게 되는데, 진료실에 보호자 없이 나타난 어린 여자아이의 진료를 거절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5년 전에 헤어진 연인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녀를 버린 이유를 설명하고, 그 다음에는 차를 운전하다가 도박 빚을 받으러 온 해결사가 잘라낸 손가락을 들고 병원으로 가서 접합수술을 받고, 그날 밤 자정에 총에 맞아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면 싱겁기 짝이 없었을 것입니다만, 죽음을 맞은 남주가 정신이 들고보니 2007년 10월 31일 토요일 아침 8시, 바로 죽음을 맞던 날의 아침이 시작되던 시간입니다.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듯한 상황입니다. 바로 빌 머레이와 앤디 맥도웰이 주연을 맡았던 1993년작 영화로 우리나라에는 <사랑의 블랙홀>로 소개되었습니다. 원제목은 Groundhog Day인데, 성촉절이라고 번역되는 이날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2월 2일에 지내는 기념일입니다. 이날 마멋이라고도 하는 그라운도호그가 굴에서 나와 자신의 그림자를 볼 수 없으면 굴을 떠나는데, 그러면 겨울이 끝나게 되지만, 그림자를 보면 도로 굴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된다고 민간에서 믿고 있다고 합니다. <사랑의 블랙홀>에서도 남주가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떠 반복되는 일상을 지내면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간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에서도 죽음으로 끝난 하루가 다시 반복되면서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아 사건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주의 노력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통하여 뮈소가 전하고자 했던 것은 타로에 있는 ‘이름 없는 비밀’이라는 열세번째 카드, 즉 죽음이라 부르는 카드의 의미입니다. ‘그 카드는 한 단계의 끝을, 근원으로의 회귀를 의미(165쪽)’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통해서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죽음은 가장 위대한 교사’라는 것입니다. 일상이 세 차례 반복되는 동안 뒤틀려있던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