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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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 https://blog.naver.com/neuro412/221927219953>에서도 10대 소년들이 살인을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성이 여물지 못하고 혈기에 넘치는 나이라고는 하지만 상대의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을 다룬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충동을 다스리는 법을 일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욤 뮈소는 <사랑하기 때문에> 보다 더 나간 젊은 시절의 일탈을 <아가씨와 밤>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젊은이들의 일탈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젊은이들을 바로 잡아주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일탈을 부축이고 극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바람에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끔찍한 범죄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사랑이라고 믿는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한때 짝짓기 예능이 범람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호감을 가지는 짝을 이어주었는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끝나면 누구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가를 공개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묘하게도 서로 호감이 일치하는 쌍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 반면, 한 사람에게 관심이 쏠리는 경우도 있고, 호감의 방향이 꼬리를 물고 비켜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아가씨와 밤>은 남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앙티브라는 지역에 있는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의 학생들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물론 사랑이라 하면 남녀 사이의 사랑은 물론 동성 간의 우정과 사랑을 모두 포함합니다. 물론 동급생들 사이의 사랑도 있고,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불장난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 뒤틀린 관계가 끔찍한 비극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최초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1992년 겨울과 묻혔던 사건이 드러나면서 2차 사건이 일어나는 2017년 봄의 시점에서,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엮여있습니다.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학생 빙카 로크웰과 철학을 가르치는 알렉시 선생님이 실종되는 사건이 1992년 겨울 발생합니다. 앙티브에서 사라진 뒤 파리에 있는 호텔에 묵은 것을 끝으로 두 사람의 행적이 묘연해진 것입니다.


누가, 왜, 어떻게 사건을 저질렀는가 하는 것을 여기에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성격 상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그 이유도 다양하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즐겨도 그만입니다만,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엮여있는지를 추측해가면서 읽는 재미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꼭 기욤 뮈소의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가가 어린 시절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작가는 허구의 사건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미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시간에 ‘니스에 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이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해변에서 해맞이를 하겠다고 답했는데, 영어선생님이 ‘정말?’ 그랬던 이유를 이 책을 읽고서야 이해했습니다. 1992년 12월 19일 니스에는 8cm의 눈이 내렸다는 것입니다. 영어공부를 하던 때가 12월이었는데, 한겨울에 해변에서 해맞이를 하겠다고 했으니 선생님이 그렇게 물을만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들렌 효과 덕분에 학창시절의 추억이 꼬리를 물고 기억의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229쪽)’는 대목을 읽으면서 작가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참 멋있게 인용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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