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큰 아이 덕에 읽게 된 기욤 뮈소의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아이의 실종이 부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녀의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에 따라 여러 시점과 여러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섞여들기 때문에 읽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도시의 숨겨진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기품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사람들을 위협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범법자, 거리에 숨어사는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고 있습니다. 뉴욕에는 꼭 한번 가보았습니다만, 생각한 것보다는 치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서 한밤에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 뉴욕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딸아이의 실종으로 부부는 위기를 맞습니다. 정신과의사인 남편, 마크는 딸아이를 찾는 일에 몰두하느라 본업을 버렸다가 그마저 여의치 않자 노숙자로 전락을 하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내, 니콜은 한동안 악기를 놓았다가 재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마크는 9.11사태를 겪은 희생자 가족, 혹은 참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살피는 심리전문가팀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막상 딸아이의 실종이라는 사고에서는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에 관하여 작가는 “참담한 비극을 겪으면 누구나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된다.(23쪽)”라고 말합니다.  비극의 현장의 끔찍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스스로를 옥죄기도 하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왜 네가 살아남았는가?’라고 말입니다. 특히 자녀의 실종 혹은 죽음을 맞는 경우에는 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크와 동업을 하는 커너는 시카고의 빈민가 출신입니다. 두 사람의 성장배경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빈민가에서도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이나 용케도 빈민가를 탈출하여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은 뒷부분에서 알 수 있습니다. 마크와 커너의 성공적인 삶을 완성하기 위하여 작가는 에비라는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역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는 인물인데, 의지만으로 쉽지 않을 일을 삼자의 도움을 얻는 구조입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등장인물 앨리스를 통하여 마크와 커너와는 다른 인생을 보여줍니다. 억만장자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제멋대로 살다가 사고를 치고, 그 사고로 인하여 삶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마크와 커너, 에비와 엘리스의 삶을 긴밀하게 엮어 낼 수 있었던 작가의 역량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네 사람 모두 끔찍한 사건을 벌이거나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기제로는 마크와 커너가 개발하여 임상에서 적용하고 있는 최면요법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신경과의사인 장 마르탱 샤르코로부터 최면술을 배웠다고 하니 최면술을 의학 분야에서 적용하려는 노력은 역사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최면의 효과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과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커너가 개발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마크와 에비 그리고 앨리스가 함께 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라서 어쩌면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그런 치료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최면이라는 주제가 상황을 풀어내기에 적절한 방법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여전히 허구적인 요소가 많으니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끔찍하거나 참담한 사건도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그 또한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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