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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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호텔>에 이어 3부작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매스커레이드 이브>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역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 묵기 위하여 수속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처럼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호텔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 가면을 벗기려 해서는 안된다’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면을 쓴 손님을 맞는 호텔사람들 역시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텔 장면에 이어 살인사건의 조사에 투입되는 닛타형사가 등장합니다. 이상한 것은 코르테시아도쿄 호텔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보니, 목차에 있는 것처럼, ‘가면도 제각각’, ‘루키 형사의 등장’, ‘가면과 복면’, ‘매스커레이드 이브’ 등 4개의 작은 제목에 담긴 이야기들이 기승전결을 이루면서 마무리되는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네 개의 삽화로 구성된 삽화집이 되는 셈입니다. 네 개의 삽화는 각각 나오미를 중심으로 한 ‘가면도 제각각’과 ‘가면과 복면’, 그 사이에 닛타형사가 중심이 되는 ‘루키 형사의 등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는 나오미씨와 닛타형사가 같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매스커레이드 이브’를 읽기 시작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생깁니다. 나오미씨가 하는 일은 같은데 수속을 마친 손님에게 ‘부디 안심하고 오사카의 밤을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랍니다.(192쪽)’라고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전편에서는 도쿄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무슨 일(?)하는 생각은 잠시 뒤에 나오미씨가 오사카에 새로 문을 연 코르테시아오사카 호텔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닛타형사는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편을 통하여 나오미씨와 조우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말미에 나오미씨와 닛타형사가 연결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잡아놓습니다. 심지어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범행 동기라 할 상황을 에필로그에서 풀어놓습니다. 결국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서술한 범행동기를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 마치 이야기의 장치처럼 반복하는 셈입니다.

이와 같은 서사구조를 파악하고 나시 영화 <스타워즈>가 생각났습니다. 연작으로 제작된 영화 <스타워즈>의 서사구조는 4,5,6,→1,2,3→7,8,9로 되어 있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 연작 역시 같은 시간대의 서사구조를 가졌습니다. 시간대별로는 <매스커레이드 이브>에 이어서,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매스커레이드 이브>로 마무리가 됩니다. 추리소설의 특성 상 삽화에 따라 독립적인 구성입니다만,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는 시간대에 따라서 연결되고 있습니다.

‘매스커레이드 연작’ 추리소설의 연작을 읽다보면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은 주로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여자의 민낯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119쪽)’라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호텔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호텔 손님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셈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가운데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가 있습니다. <미의 역사>가 미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천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었다면, <추의 역사>에서는 시각 문화와 예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것, 괴물 같은 것, 불쾌한 것과 ‘추’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정리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속에서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인간 군상들의 집요한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때로는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서술은 치밀하면서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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