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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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외부회의는 대부분 서면으로 대체하고 내부회의마저도 자제하는 형편입니다. 아무래도 책읽기에는 딱 좋은 상황입니다. 우한폐렴이 확산되던 2월 정부가 심각단계로 격상하면서 제가 책을 빌던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았습니다. 빌려온 책도 반납하지 못하고 새로 빌려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두고 읽지 못하던 책들을 읽었다가 그마저도 다 읽었습니다. 읽을거리를 찾다가 큰 아이가 읽은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도 가끔 읽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큰 아이는 기욤 뮈소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체로 보면 읽으면서도 상황의 전개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즐기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기욤 뮈소의 2013년 작품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사람들이 노트북을 매개로 하여 과거에 있었던 불행한 사고를 막아보려 노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니 무전기를 매개로 하여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추적하는 드라마 <시그널>이 있었고, 우체통을 매개로 한 영화 <시월애>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기욤 뮈소의 <내일>에서도 이미 자살한 엠마가 남긴 노트북이 매개체가 됩니다.

우연히 노트북을 얻게 된 매튜가 노트북의 주인과 메일을 주고받는 가운데 그녀와 자신이 1년의 시차를 두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1년 전의 시점에서 앞으로 일어날 자동차 사고를 막아 사고로 죽은 아내를 구하려 합니다. 시간여행에서 중요한 점은 과거의 사건에 개입하면 미래의 상황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나비효과’를 말하는데, 나비효과는 미스터리소설 작가인 브래드버리가 195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천둥소리>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나비효과가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초입니다. 1961년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세 자리 아래의 미세한 숫자가 더해지는가에 따라서 맑음과 폭우로 전혀 다른 예측이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무전기나 우체통을 사용하여 시차를 연결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던 반면 <내일>에 나오는 노트북의 경우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노트북에 설정된 시간이 과거의 것이라면 동일한 노트북에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3차원의 개념에서 보면 현재가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한 4차원의 세계에서는 서로 시간대가 다른 동일한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세월의 흐름 속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하여 작가는 다중우주의 개념을 짧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상응하는 또 다른 우주, 각기 다른 시간 선상에서 모든 게 실현가능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세우는 학자들이 있다(195쪽)”라고 말입니다.

<내일>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에 삶의 의미를 잃고 있는 매튜입니다만, 사랑이란 아무래도 상대적인 것이고,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엉똥한 일을 불사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아내의 죽음을 되돌리려는 매튜와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1년 전의 에마의 삶이 변하게 된 것은 나비효과가 적용된 까닭일 것입니다. 다만 나비효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가려면 두 주인공이 넘어야 할 새로운 장애물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매튜의 아내 케이트는 잘나가는 심장외과 전문의입니다만, 이야기의 반전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하려는 일은 제게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면 심장이식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헬싱키’라는 아주 희귀한 혈액형을 가진 경우라면 이식할 심장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멀쩡한 사람을 죽여서 이식할 심장을 얻겠다는 생각을, 과연 의사가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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