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김중식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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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이란에 가보려 했습니다만, 여성들이 여행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해서 아내가 썩 내켜하지 않는 바람에 다른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중심이었습니다. 유럽과 맞선 강국이었지요. 요즈음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대치국면에 서는 바람에 당분간은 여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호전되었던 몇 년 전에 다녀왔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페르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입했던 책을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읽었습니다.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는 주駐 이란 한국 대사관에서 3년 6개월간 문화홍보관으로 일한 김중식 시인이 쓴 페르시아 문화 답사기입니다. 시인에 따르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리거나, 경쟁이 없는 불모지에 적응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착하거나 혹은 유랑하거나’의 갈림길에서 김시인은 유랑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 무렵 찾아온 기회가 이란에서 일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바짝 마른 사막에서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남기 어려운, 그래서 모든 삶이 평등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구요. 사막으로 숨어든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하여 풍요대신 안전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고 하는군요.

김시인은 이란식 문화유산답사기가 있으면 국내에 소개하려 하였지만,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은 직접 써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란의 역사와 문화를 녹인 기행문 형식인데, 야즈드-수사-페르세폴리스-시라즈-이스파한-커션-테헤란의 순서로, 여행의 일정을 고려한 순서가 아니라 이란 역사에 등장한 주요 왕조들이 수도로 삼았던 도시들을 연대 순서로 배열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순서대로 여행을 하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란에서는 보이는 것만 보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국의 궁성이 사막 속의 돌산처럼 보이고, 오아시스는 빨래터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상상력으로 과거를 입체적으로 복원해야 그림이 그려진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상상력이 지나치게 펼쳐진 것 같다는 느낌을 책 읽는 내내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만국의 문’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만국’은 제국 내 28개 민족과 부족이었다라고 설명하면 그만일 것을 “칼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했을 때, 그 만국은 유럽이었을 것이다(144쪽)”라고 덧붙인 것은 사족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상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인데, 시인의 상상력에 기대면 나름대로의 상상이 빈약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사파비 왕조의 수도였던 이스파한은 ‘세상의 절반’이라는 별명이 있기도 한데, 이스파한의 중심도로가 세계 최초의 가로수길이라는 것입니다. 사파비 왕조는 1502년부터 1736년까지 성립했던 왕국입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로수길은 기원전 10세기에 히말라야 산록에 조성된 ‘그랜드 도랑그’도로라고 합니다. 물론 ‘그랜드 도랑그’가 정확한 이름은 아닌 듯합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서도 기원전 5세기 무렵 가로수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란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불확실성이라고 합니다. 정보가 통제되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데다가 제공된 정보마저도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란 정부가 관광 사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광사업의 활성화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페르시아 왕국의 유산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란의 역사적 유적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거가 분명한 사실을 더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다만 참고할만한 자료를 밝히고 있어서 앞으로 더 공부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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