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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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우한폐렴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네덜란드 중부 라런에 있는 싱어 라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600만유로(약 80억원)의 가치를 가진 반 고흐의 그림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 1884)』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범인들은 우한폐렴으로 휴관 중이던 미술관의 유리문을 깨고 훔쳐갔다고 합니다.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도나 타트의 장편소설 <황금방울새>는 바로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1622~1654)의 동명의 그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카렐 파브리티우스는 1640년대에 암스테르담에 있는 렘브란트의 공방에서 수련을 했으며, 1650년에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고향 델프트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활동하던 파브리티우스는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집 근처에 있던 화약창고가 폭발한 사고입니다. 젊은 화가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황금방울새』를 비롯한 10여점의 그림만 남기고 대부분의 작품들마저도 잃고 말았다고 합니다. 파브리티우스가 베르메르에게 그림을 가르쳤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황금방울새』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와 함께 네덜란드 화단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도나 타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화가는 렘브란트의 제자이자 페르메이르의 스승이었어. 이 작은 그림은 사실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야. 저 선명하고 순수한 햇빛을 보면 페르메이르가 빛을 그리는 법을 어디에서 배웠는지 알 수 있어.(41쪽)”라는 것입니다. 이 그림은 아주 작은 그림으로 창백한 배경에, 홰에 묶인 사슬을 발목에 찬 노란색 방울새를 그린 것입니다. 사실 족쇄와 사슬에 묶여있는 새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파브리티우스가 화약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도나 타트는 소설 <황금방울새>에서 불행한 화약사고에서 살아남은 그림, 『황금방울새』가 미술품을 노리는 누군가 폭약을 터트린 사건에서도 살아남아 이야기의 주인공 시오에게 전해졌다가 결국에는 미술관으로 되돌려지기까지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 보리스를 거쳐 유명한 미술품을 암거래하는 조직으로 넘어갔다가 미술관으로 되돌려지게 돕니다. 그 과정을 보면 시오에게 『황금방울새』는 족쇄 같은 것이었던 셈입니다.

친부가 떠나고 어머니와 어렵게 살던 시오가 미술관에서의 폭발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에 보호자 겸 후원자를 찾는 과정을 보면 뭔가 나사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잘 갖춰졌을 것으로 생각한 미국이 내막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친부 혹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희망사항은 고려되지 않고 보호자가 된다는 점 말입니다. 시오의 경우오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에 끌려 라스베이거스로 옮겨가지만 알코올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시오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던 시오가 사고 후에 친구 엔대의 집에 위탁되었다가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를 따라 라스베이거스로, 그곳에서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뒤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옛날 가구를 복원하는 호비 아저씨와 함께 살기에 이르지만, 일찍 시작한 마약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 모습을 이야기 초반부터 끝까지 아무렇지 않게 이어가는 것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표현의 자유는 향유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가 곪아 가는데 문학도 일조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떻든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범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주인공을 비극 속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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