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이집트 원정기 : 백과전서의 여행 - 파라오의 나라에서 나폴레옹과 167명의 학자들, 1798-1801
로베스 솔레 지음, 이상빈 옮김 / 아테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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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방문한 카이로의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들어서면 로비에서 로제타의 사본과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상폴리옹의 흉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 북부 로제타에서 발견된  높이 114.4cm, 너비 72.3cm, 두께 27.3cm의 화강섬록암은 기원전 196년 프톨레마이오스 5세 에피파네스 때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사제들에게 큰 은혜를 배푼 것을 찬양한다는 내용을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이집트 신성문자, 이집트 민중문자,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 대문자로 적었습니다.

사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다음에는 제국 안에서 이교를 배척하게 되었습니다. 이집트 지역에서는 신전을 폐쇄하고 사제들을 내쫓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대 이집트 신성문자는 물론 고대 이집트 민중문자까지도 사멸의 길을 걷고 말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겨놓은 신전 등에 남아있던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로제타석의 발견과 여기 적혀있던 3가지 문자를 비교하여 해독해냄으로서 오늘날 우리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겨놓은 기록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기: 백과전서의 여행>은 로제타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던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798년 나폴레옹은 이집트를 무력으로 정복함으로써 인도로 진출할 때 영국이 이용했던 통로를 차단하려 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은 단순하게 영국의 세력을 꺽는 것 말고도 이집트 문명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작업을 수행한다는 목표가 더해졌습니다. 3만명의 병력에 더하여 167명의 학자와 예술가들을 동원한 이유입니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은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패함에 따라 실패로 돌아갔지만 학술탐사작업은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나폴레옹은 1803년에 “나는 이집트에서 거추장스러운 문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거기서 무든 것을 꿈꾸었고, 꿈꾸었던 모든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들을 발견했다. (…) 내가 이집트에서 보낸 시기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었기에”라고 적었습니다.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기: 백과전서의 여행>은 이집트 원정의 학술적 성과를 정리하여 1998년 르몽드지에 12회에 걸쳐 연재된 것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원정에 참여한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수행한 작업들을 개관할 수 있고, 이들이 현지에서 겪은 어려움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적, 예술적 작업을 수행해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책에는 사진자료는 물론 당시 미술가들이 그려낸 많은 미술품을 싣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에 묻혀 있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하 이집트 여행>을 쓴 도미니크 비방 드농의 견해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드농은 기자의 피라미드 앞에서 “그 일을 시도하게 한 오만함의 크기가 그들의 물리적 크기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기념비적 대역사(大役事)에 대해서, 건설을 명령한 폭군의 광기에 대하여, 그러한 무모한 건설에 기꺼이 자신들의 팔을 빌려준 국민들의 어리석은 맹종에 대하여 혐오감을 느낄 따름이었다(184쪽)”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드농의 이런 편견도 상이집트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덴데라 신전을 구경한 드농은 “그러한 건축물을 올릴 수 있고, 그것을 구상하고 실행하며, 장식하고 또 눈과 정신에 이야기하는 모든 것으로 그 건축물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나라에서 찾아내는 정부는 얼마나 항구적인 힘, 부유, 풍요로움, 놀라운 방법들이 있다는 말인가!(186쪽)”라고 말하면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거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로제타석에 관한 내용은 그것의 발견과 왜 이 유물이 프랑스가 아닌 영국의 대영박물관으로 가져간 과정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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