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 - 생애와 철학 체계
F. 카울바흐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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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책읽기를 엮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사보에 1년 넘게 연재했던 에세이인데, 원고를 써보냈더니 연재를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아 황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획을 이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매체에 선보일 첫 번째 여행지는 발트해안에 있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입니다. 프로이센 왕국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러시아 영토가 되고 말았습니다.

칼리닌그라드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독일철학자 칸트의 묘소를 비롯하여 그가 근무했던 대학 등입니다. 철학책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인문학적 책읽기에 관한 연재를 오랫동안 이었던 인연이 있어서 특별하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칼리닌그라드와 함께 칸트철학의 3대비평서가운데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 http://blog.yes24.com/document/11860935>을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은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부제를 단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김상환교수님의 <왜 칸트인가; http://blog.yes24.com/document/11703742>를 읽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읽어보았습니다만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칸트철학의 대강을 짐작할 다른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칸트철학에 관한 다수의 연구서를 저술한 프리드리히 카울바흐의 <임마누엘 칸트>가 제격이라는 생각입니다. ‘생애와 철학체계’라는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번역한 백종현교수님이 “칸트사상이 그 단초에서부터 어떻게 싹이 트고, 어떤 배경에서 성장해나갔으며, 어떤 결실을 맺었고, 남겨놓은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칸트철학 안내서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인 카울바흐는 칸트철학의 대명사가 된 초월철학의 ‘초월적’의 의미 맥락을 잘 밝혀주고 있다.”라고 적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백종현 교수님은 1992년에 이 책의 제1판을 번역하여 우리나라에 소개한 바 있어, 이 책의 제2판을 번역하는 작업은 첫 번째 번역작업에서 미진했던 점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겠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먼저 칸트의 생애와 인품에 대하여 소개하였는데, 특히 칸트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다는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함을 배우라’는 경구를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철학공부를 해보겠다면서 철학분야의 책읽기의 방향이 옳았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먼저 ‘ 순수이성 비판으로의 길’에서는 칸트의 비판철학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신과 자연과 이성을 대상으로 한 칸트의 철학적 사유체계를 분석했다고 읽었습니다. 칸트가 초기에 다루었던 철학적 주제들은 자연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칸트의 접근 방식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보입니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기보다는 인식론적 접근방식을 취한 것과는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유일 가능한 신의 실존을 증명하는데 있어 자연신학적 증명이 존재론적 증명과 비교하여 장점이 있다는 입장을 취했던 칸트는 신의 지성에 근거하던 사유의 방향을 인간의 이성에서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이론이성과 실천이성 영역에서의 비판적 초월철학의 정초’에서는 초월철학의 이념을 정초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을 비판하였는데, 비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는 ‘초월적 체계사유의 확장 및 자유와 현상의 매개’에서는 칸트의 미학적 성찰을 다룬 것으로 보았습니다. 앞서 이성비판을 통하여 초월적 방법론을 성찰하고 이성이 외부의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검토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이상학의 기획과 방법, 그리고 [유작]에서의 발전적 전개’에서는 기존의 형이상학적 과제를 발전시킨 새로운 형이상학의 방법론을 다루었는데, 이 부분은 완성되지 않은 칸트의 유고에 기반한 것 같습니다.

역시 철학의 대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었다는 칸트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철학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칸트의 가르침을 배우는 기회가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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