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같은 소리
레나트 클라인 지음, 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0년을 전후해서 불임인 일본인 부부가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를 얻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하여 난자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면서 돈을 주고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규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은 없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한 불임시술을 정부가 지원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도 합니다. 난임 시술기관에서 제대로 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런 기관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서인지 <대리모 같은 소리>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대리모란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다양한 장애로 인하여 임신을 할 수 없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의 도움을 받아 임신과 출산을 위탁하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는 경우 말고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 남편 어느 한 쪽이 생식기관에 문제가 있어 난자 혹은 정자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다른 남성의 정자, 대리모 혹은 다른 여성의 난자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으나 아이를 원하는 남성, 동성애자 남성부부들이 아이를 원하는 경우에도 대리모를 이용하여 아이를 얻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리모의 경우도 대가를 받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상업적 대리모와 불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하여 임신과 출산을 대신하는 이타적 대리모가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 남편의 씨를 받아 대리모의 자궁만 빌어 임신을 하는 경우도 다양한 윤리적 조건을 따져봐야 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입양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모성이 곁들여지기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모체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출산을 통하여 얻은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의뢰인에게 내주어야 하는 심리적 위험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자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성과 혼인의 관계로 인연을 맺은 바 없는 미혼 남성 혹은 동성애자 남성이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를 얻으려한다는 것은 개인의 욕망에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만난 ‘모부’라는 단어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부모’라는 단어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나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페미니스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대리모가 겪어야 하는 위험에 관해서도 위험하다는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한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상업적 대리모를 구하는 희망자들의 속성을 보면서 대리모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이들의 주장에 조금씩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상업적 대리모를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인륜적인 행태가 과연 용납할 수 있는 문제인가를 깊히 고민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타적 대리모의 경우도 과연 이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임부부를 위한 불임시술의 뒤안길에 상업적인 어두운 그림자는 과연 없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난임시술기관의 평가사업을 냉정하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현실을 제대로 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