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서 - 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
위스춘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라는 부제보다는 <시간의 서>라는 제목에 끌려 고른 책입니다. ‘중국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사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는 시간의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서문을 읽어가면서야 저자가 중국에서 발전시킨 24절기에 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파악했습니다. 서문의 제목을 ‘하나라의 책력을 시행하라’로 정하고, 부제를 ‘24절기에 관해’라고 했지만, 24절기가 하나라 때부터 시행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절기와 천문역법은 고대로부터 권력을 쥔 자들이 독점하던 것으로 백성은 그 원리를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1980년대에 이르도록 ‘교육부 중앙 관상대’에서 매년 달력을 제작하던 것이 시장에서 제작하게 되면서 권력이 독점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달력의 제작은 민간이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달력의 기본 골격을 국가기관에서 내놓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아랍국가에서는 지금도 라다만을 비롯한 이슬람교의 행사들은 국가기관에서 정해서 일반에 공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절기에 관하여 써보겠다는 방향을 세웠을 때만하더라도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절기에 관해 쓰려고 할 때 처음에는 ‘뭔가 대단해 보이기는 하는데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면서 ‘시공의 의미를 깨달아 역사적, 심미적, 선(善)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파악하려 했다는데, 절기에는 시간적 요소가 공간적 요소보다 훨씬 비중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회 중국 같은 경우는 동서로나 남북으로도 넓은 땅덩어리는 차지하고 있어서 절기라는 것이 모든 지역에서 통하는 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는 사계절에는 각각 6개의 절기가 들어있습니다. 봄은 입춘부터 시작해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로 이어지고, 이어서 여름은 입하로 시작하여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로, 가을은 입추로 시작해서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으로, 겨울은 입동으로 시작해서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 절기는 중국의 농사력에 기반하고 있는데, 입춘이 첫 번째 절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입춘부터 농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서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점에 대하여 십이지(十二支)와 천지인의 탄생을 연결하고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설명이 과한 듯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이 ‘봄날을 관찰한 역사가 천만년에 이른다’는 대목입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베이징원인은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이며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조상이라 할 호모 에렉투스입니다. 호모에렉투스는 17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 아시아, 시베리아, 인도네시아 등에 걸쳐서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생인류에 앞선 구인류는 유인원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믿어지는데, 아프리카 남부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구인류가 유인원류에서 진화한 시점이 300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절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음양과 오행 등 동양철학적 설명을 포함하여, 세시 풍습, 속담, 기상학, 그리고 중국의 옛 시가를 비롯하여 서구의 문인들의 시가와 심지어는 일본의 자료까지도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옛 중국의 선비들이 동경해마지 않던 조선의 시가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24절기는 중국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관심은 컸는데, 대체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기후조건과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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