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약용식물백과사전 4 세계약용식물백과사전 4
자오중전.샤오페이건 지음, 성락선.신용욱 옮김, 성락선 감수 / 한국학술정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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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할 적에 독성물질 국가관리 사업이라는 중요한 정책사업을 기획하여 수행하였습니다. 사업은 생약제 등의 독성에 관한 자료를 체계화하여 수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반적인 화학물질에 대한 각종 독성자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확보하고 있지만, 전통의학에서 주로 다루는 생약제의 독성자료는 자료원도 많지 않은데다가 자료를 얻는 방식도 통일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획된 사업이었지만 제가 퇴임하고는 목표가 분명치 않아진 듯합니다.

 

홍콩중약연구원이 2003년 기획하여 2004년에 착수한 <당대약용식물전>이 3편 총 4권으로 완성됨에 따라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세계 약용식물 백과사전>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이 책에는 모두 상용 약용식물 500종을 담았습니다. 이들을 식물분류학에서의 위치를 표기하고, 약용으로 사용되는 부위를 표기하였습니다. 학명과 속명을 표기하였고, 원산지와 분포지역도 나타냈습니다. 성분 가운데 활성성분과 지표성분을 소개하고, 약리작용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주요 효능을 소개하였습니다. 원식물과 약재로 사용되는 부위의 사진을 같이 실었습니다.

 

다만 독성자료는 없었습니다. 천연에서 나는 약재라고 해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버섯이라고 해서 모두 먹는 버섯이 아니라 독버섯도 있는 것처럼, 약재 또한 독을 함유한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독을 순화시키거나 약리효과가 있는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독성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기획했던 독성물질 국가관리 사업에서 생약재의 독성자료를 과학적으로 정하는 사업을 추진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약용식물이라고 해서 모두가 약으로서 효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약초라는 것이 땅으로부터 흡수하는 성분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계절별로도 함유한 유효성분의 양이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옛날 명의들은 특정 장소에서 나는 약재를 특정 시기에 가서 채취하여 특정한 조건에서 말려 약재로 썼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이야 한의사 선생님들께서 직접 약초를 채취하여 약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약종상을 통하여 약재를 사들여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의과에서 사용하는 약물 대부분은 화학물질로서 인공으로 합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약재의 경우 여러 약재를 복합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단일 약재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하더라도, 여러 성분들이 서로 어울려 효능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독성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독성물질 국가관리 사업에서는 생약재 자체만으로 한방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열탕 추출하여 약재 안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을 추출해서 독성시험을 시행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처음 출범할 때만해도 여러 가지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았습니다, 이름부터 유사하지만 효능이 다른 약재도 있었고, 시험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입니다. 이런 문제 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시험방법을 표준화하였고, 결과의 해석도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15년을 넘어가니 지속적으로 추진했더라면 기본적인 독성시험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은 이미 완료되었을 것이나, 제가 퇴임하고서는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생약제의 독성시험에 관한 여러 사항이 우리나라에서 검증한 방법에 따라 표준화되었을 것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점입니다. 그 사업을 추진할 때 <세계 약용식물 백과사전>과 같은 참고자료가 있었더라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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