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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ㅣ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평점 :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에 이은 ‘더 저널리스트’ 시리스의 완결편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기사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시리즈를 이어온 김영진님은 이 책을 통하여 1. 이념 편향적으로만 소비되어 온 마르크스의 이미지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소개하고, 2. 좀 더 읽기 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르크스가 <뉴욕 데일리 트리뷴> 등의 매체에서 쓴 17편의 기사를 뽑아 엮은 1부와 1847년 브뤼셀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1849년에 <신라인신문>에 독일어로 발표한 ‘임금노동과 자본’을 2부에 배치하였습니다. 마르크스가 작성한 기사 역시 워낙이 방대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건사고에 대한 논평 기사는 피하고 마르크스의 장기적, 보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주로 노동계층과 서민의 삶을 다루는 기사와 당시 해외 식민지 경영에 주력하던 영국의 해외침략정책을 비판하고 무역정책에 대한 기사를 포함했다고 합니다. 해외문제는 주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아일랜드 등이 주요 관심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금노동과 자본’의 경우 훗날 엥겔스의 감수를 받은 수정본을 독일어로 먼저 출간(1892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902년에 영문 완역본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마르크스의 초고는 사실 선전을 목적으로 쓴 것을 엥겔스가 손을 본 것이라고 합니다. 훗날 <자본론>을 쓰기 위한 사상적 토대를 마련한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제 경우는 마르크스가 쓴 글을 처음 읽어보는 기회였습니다. 기자로서의 마르크스는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여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인용하는 등 인문학적 글쓰기의 전형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인용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비교적 단순한 통계적 기법을 적용한 것은 당시 수준이 그랬는지는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기아라는 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유럽 대륙에서는 교수형, 총살형, 추방형 등이 유행인 듯하다. 하지만 사형집행인도 실제 살아있는 존재라 언제든 사형당할 수 있는 존재인 데다가, 그들의 행위는 문명 세계 전체의 양심에도 기록되는 중이다(30쪽)’라고 시작되는 대목을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마르크스와 엥겔스 등이 자본주의 체계를 비판하던 당시의 사회환경은 중세로부터 이어져온 장원제도가 산업혁명과 함께 붕괴되면서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이 자본시장으로 쏠리면서 형편없는 대우를 감수해야 했던 점을 고려했어야 하지 싶습니다. 실제로 마르크스가 제안한 공산주의가 영국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심했던 사회가 아니라 여전히 1차 산업 중심이던 러시아에서 뿌리를 내린 것 역시 역설적인 현상이었다 할 것입니다.
중국에 관한 세편을 기사를 보면 당시의 국제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국을 주권국가로서 대우했던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것을 비판한 점이 특이하였습니다. 사실 영국이 아일랜드 등을 힘으로 지배한 것이 당시의 국제적 정세로 보면 타당한 일이었다고 강변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보면 적절치 않은 바가 많았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마르크스의 기사를 보면 영국이라는 나라의 횡포를 실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있는 기사를 써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 이 책을 기획하신 김영진님의 기획한 바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노동과 자본’에 관한 2부의 글 내용은 그 이후로 노동과 자본 등에 관한 개념 등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새겨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