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7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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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대왕>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후속작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비극적인 대면을 통해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 속성인 폭력과 이기심에 대해 탐구한 수작’이라는 출판사의 소개 글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한 현생인류 크로마뇽인을 소개한 <크로마뇽>을 읽으면서 네안데르탈인이라고 하는 고인류가 멸망했고, 크로마뇽이라는 현생인류와는 어떤 관게였을 지 아주 궁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로마뇽>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강력한 힘과 용기를 가졌으며 가장 단순한 옷차림에 무기를 소지한 원시적인 인류로, 그들은 말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능력에 한계가 있었다.”고 추측하였습니다. 반면 크로마뇽인은 “최초의 해부학적 현대 유럽인으로, 그들은 잘 발달된 뇌와 언어능력, 혁신적인 성향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가진 모든 놀라운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었다.(5쪽)”라고 하였습니다. 두 집단이 충돌하였을 가능성도 교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모두 열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속자들>에서 그려낸 네안데르탈인의 정체성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물을 표면적으로 인식하고 현재 시점에서만 이해할 뿐 논리적으로 사고하거나 정교한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었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언어능력은 아주 취약하지만 오히려 그림을 공유함으로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 부분은 과거의 일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등장할 신인류가 가질 법한 능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인류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특성을 비교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가 보여주려 한 현생인류의 특성은 지적, 육체적으로는 진화하였지만 야만적인 본성이 낯설게 느껴지도록 했다는 것인데, 현생인류의 야만성은 의의로 뿌리가 깊어서 고인류를 너머 유인원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야만성이 현생인류만의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언어능력이 취약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 등장인물의 이름을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의 이름을 끌어오고 있어서 이야기 안에서의 맥락에 따라 눈치껏 관계를 유추해야 한 점도 불편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아’라는 존재는 일종의 신화적 인물로 첫 번째 네안데르탈인을 낳은 존재라고 설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구인류에게도 현생인류와 같은 신화가 존재했으리라는 믿음이 타당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자연현상을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는 주장도 이해되지 않은 대목입니다. 다른 동물이 사냥한 주검을 가져오면서 ‘고양이가 널 죽였으니 잘못은 없어(62쪽)’라고 위안을 삼는 대목입니다만, 고고학적 성과에서는 네안데르탈인도 다른 동물을 사냥했을 뿐 아니라 다른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은 흔적이 있다고 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순수하다는 것은 작가적 상상 같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계를 제외한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이 크로마뇽인과 섞여 살면서 교배도 일어났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공격하여 멸종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같은 생존방식을 가진 현생인류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현생인류집단에 흡수되어 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현생인류에 대한 설명이 그리 많지 않으며, 구체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을 공격했다는 설명도 분명치 않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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