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멜리사 리틀필드 애플게이트 지음, 최용훈 옮김 / 해바라기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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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은 동질의 집단에서 전해오는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적으로도 떨어져있고, 상이해 보이는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집단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신화와 전설 가운데 비슷한 맥락을 숨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류 4대문명으로 꼽히는 이집트문명과 관련한 신화나 전설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이야기 같습니다. 이집트문명이 오늘날 유럽문명의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페니키아를 거쳐 그리스 문자에 영향을 미쳤고, 그리스 신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생과 부활, 세례, 십자가 등 기독교신앙의 근본이 되는 개념들이 이집트문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의 터전이 이집트와 그리 멀지 않았고, 유대인들이 이집트로 이주하여 생활한 기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어렵고 이집트의 고문자 역시 난해한 탓에 읽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 <벽화로 보는 이집트신화>는 티벳 신비주의를 연구하던 멜리사 리틀필드 애플게이트가 고대 이집트문명이 남긴 그림을 토대로 이집트 신화를 해석한 바를 담았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겨놓은 그림, 조각, 연극, 파피루스 문서 등에 다양하게 표현된 상징들은 미술, 음악, 건축, 농업, 의학, 천문, 점성술, 기하학, 물리학 등 광범위한 지식체계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이 책에서 인용한 다양한 그림들을 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획일적인 느낌을 주던 이집트 예술이 얼마나 다양한 지 놀라게 됩니다. 저자는 생명의 시작부터, 이집트 신들의 세계, 이집트 사람들의 삶과 문화, 죽음의 세계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같은 대상을 보고서도 사람마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이집트 문명이 남긴 벽화를 통한 이집트신화의 이해에 관한 자신의 설명이 개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사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나 상황을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 해석과 무리하게 연결하여 이해하려는 듯한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나일강의 신 하피(Hapi)의 발음이 영어의 해피(happy)와 비슷하여 풍요와 만족의 감정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이해합니다. 그런가하면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주장을 고대이집트 사람들의 믿음과도 연결합니다. 죽음에 이르면 우리의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와 어두운 터널이나 통로를 빠르게 지나서 밝은 빛 속으로 들어간다는 임사체험은 이집트 사람들이 믿음과도 유사합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죽으면 신들의 호위를 받아 두아트(duat)라고 부르는 어둡고 위험한 통로나 굴을 항해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두아트는 서쪽으로 진 태양이 이튿날 아침에 다시 떠오르기 전에 지나는 통로라고 합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그림들은 아주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림 가운데 사자가 무덤을 나서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 있는데, 사자의 머리 위에는 인간의 머리를 한 매의 모습으로 표현된 영혼이 사자의 육체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인간의 머리를 한 매의 모습에 아기천사의 모습이 겹쳐 보인 듯합니다.

사실 이집트는 나일강 유역을 제외하고는 건조한 기후대에 속하기 때문에 주검이 쉽게 소멸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주검을 만나는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생과 부활을 믿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페르시아문명에 무너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그리스와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집트 원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살아남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멜리사 리틀필드 애플게이트 지음

최용훈 옮김

정규영 감수

238쪽

2001년 12월 31일

해바라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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