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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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고른 <시카고 플랜>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같이 골라든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종교적 의식, 예를 들면 불교의식을 드린다거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일을 피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없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신에 자신을 의탁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없지만, 그것을 주장할만한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진즉 읽어보았어야 했습니다.

도킨스는 독자에게 4가지 사실을 일깨우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들어가는 말에 적었습니다. 1. 당신은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 2. 자연선택설과 같은 이론이 지닌 힘이다, 3.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경제나 정치 문제는 물론이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의식(인식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을 일깨우는 것이다, 4. 무신론자의 자긍심이다, 등입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아내와도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만, 일단 구약성서부터 신약성서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먼저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킨스 역시 성경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영어판 성경이 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유는 그것이 문학의 주요 원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어권에서 나온 책을 읽다보면 번역이 잘된 경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영어권 작가들이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도킨스 역시 ‘멋진 시에서 진부한 어구에 이르기까지, 속담에서 잡담에 이르기까지 영어에서 흔히 쓰이는, 성서에 실린, 또는 성서에서 영감을 얻는 구절과 문장을 열거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까 믿음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옮긴이는 ‘신에 대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의 존재 여부가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라고 말한 도킨스가 참 철두철미한 사람이고, 결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은 삼자적 시각이 아닌 듯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마치 도킨스의 주장에 공감하는 듯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말미에 붙여둔 ‘그런데 그것이 바람직할까?’라도 붙여둔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옮긴이는 종교를 가진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도킨스는 신학은 물론 과학의 분야에서 신의 존재에 관하여 논한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신의 존재에 관한 찬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냈습니다. 물론 모든 분석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향하고 있기는 합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논리들 가운데, 특히 최근에 나온 과학적 사유의 결과를 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저도 읽어 아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히 처음 알게 되는 내용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담긴 내용이 본말이 일치하지 않는, 혹은 기독교가 내세우는 근본 원리에 어긋나는 사건이나 상황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해왔기 때문인지 저자의 지적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한편 그가 내세웠던 문화유전자, 밈에 관해서는 여전히 보완할 점이 분명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부제로 달린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라는 질문을 제가 받는다면 저 역시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할 것 같은데, 이런 입장은 무신론자는 아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종교에서 신의 존재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래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대라는 질문을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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