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플랜 : 위대한 고전 - 삼류를 일류로 만든 인문학 프로젝트
디오니소스 지음 / 다반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롤로그를 읽으면서야 시카고 플랜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제가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소련이 미국에 앞서 스푸트니크1호를 쏘아올린 사건이 계기가 되어 시카고 플랜이 태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던 미국에서 순수학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당시 시카고대학의 총장이던 법학자 로버트 허친스는 교양교육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교양교육을 받은 전문가 양성’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학생들로 하여금 고전을 읽게 하였습니다. ‘The Great Books Program’이라는 인문학 프로젝트는 삼류에 머물던 시카고대학을 일류의 반열에 올려놓은 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허친스는 “이 교육은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나 그들의 흥미나 적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 교양교육을 통하여 자유롭고 책임 있는 인간이 된 이후에 생계의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며 그들의 특수한 흥미와 적성을 계발할 수 있다”라고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이야기했습니다. <미합중국독립선언서>를 필두로 하여 동서고금의 인문학 관련 고전들을 망라하여 모두 144개의 책들이 선정되어 학생들로 하여금 읽도록 권장되었습니다.

<시카고 플랜>은 시카고대학의 ‘The Great Books Program’에 등재된 책들을 요약한 일종의 독후감 성격의 글모음입니다. 시카고대학의 ‘The Great Books Program’과 다소 다른 편제를 가졌는데, 시카고대학의 것은 STEP9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반하여 <시카고 플랜>은 STEP6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The Great Books Program’에 제시된 책들을 묶어서 읽기도 하고, 다른 책에서 뽑은 연관된 내용이 녹여지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원전의 깊이를 놓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섯 분의 필자가 함께 하는 기획인데도, 어느 필자의 글인지를 분명하게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필진이 여럿이다 보니 독자적인 맛은 있으니 통일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원전의 내용을 단순하게 요약한 것도 있고, 어떤 글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련 도서에서 뽑은 내용을 녹여 포괄적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물론 다섯 분의 필자를 아이돌그룹처럼 디오니스소라는 필진의 상징하는 이름으로 묶어서 표시한 것도 새로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글이란 노래와는 달리 쓰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고, 글 쓴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가지를 더 짚어야 하겠습니다. 제 경우는 가급적이면 표준어를 사용한다거나 외국어 표현도 적절한 우리말 표현을 찾아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글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지키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 책에서는 간혹 눈에 띄는 유행어 혹은 외국어가 눈에 거슬리더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단테의 <신곡>에 대한 글을 쓰신 분이 “작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면, 독자에게도 최소한의 자세는 필요한 법이다. <신곡>을 음미할 권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이들에게만 허락된다(206쪽)”라고 적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게 되는 이유입니다.

요즘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오디푸스 신화와 관련하여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그저 이야기의 흐름을 요약한 정도에 머물고 있어 실망이었습니다.

말미에 붙여놓은 ‘The Great Books Program’의 목록을 살펴보니 4분의 1정도 밖에 읽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도 계획을 세워 목록에 나와 있는 책들을 모두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 역시 최근에 독후감처럼 쓴 글들을 묶어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는 책읽기 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