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 비극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52
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 지음, 곽복록.조우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2월
평점 :
얼마 전에 장-조제프 구가 쓴 <철학자 오이디푸스;
https://blog.naver.com/neuro412/221659323565>를 읽고서는 오이디푸스신화에 관한 것들을 챙겨보려고 고른 책읽이입니다.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는 읽은 바 있습니다만, 아직 읽지 않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읽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이디푸스신화에서 도대체 오이디푸스왕이 신으로부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에 더하여 ‘엘렉트라’와 함께 아이스킬로스의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 ‘트로이의 여인들’, ‘바쿠스의 여신도들’, ‘히폴리토스’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 방대한 분량의 그리스 비극집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거의 한 주일을 매달려야 했습니다.
오이디푸스왕에 관한 소포클레스의 3부작 비극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크레온이 유일합니다. 마지막 작품인 안티고네에서도 살아남는 유일한 등장인물이기도 합니다. ‘오이디푸스왕’의 초반에 오이디푸스왕은 크레온이 자신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르기 위해서 꾸민 일이 아닐까 의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만, 세 작품을 모두 읽어본 저 역시 그런 느낌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황상 성장한 오이디푸스가 삼거리에서 라이오스왕과 조우하여 살해하는 것까지도 꾸밀 수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테베에 역병이 돌았을 때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간 것이 크레온이고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 가운데 하나는 스핑크스의 문제를 푼 청년 오이디푸스가 과부가 된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하는 대목도 그렇습니다. 이오카스테가 오이디푸스를 몇 살 때 출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조혼 풍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모자간의 나이 차를 뛰어 넘어 선뜻 결혼할 생각이 들었을까 싶습니다. 당시 그리스 여인들의 화장술이 어땠는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왕의 자리가 탐이 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 오이디푸스가 첫아들이었던 것을 보면 결혼하고서는 꽤 오래 아이를 기다렸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게다가 아들 뻘인 오이디푸스와 결혼한 이오카스테가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그리고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얻었는데, 네 자식들이 쌍둥이가 아니었으니 임신과 출산의 간격을 따져보더라도 이스메네는 50살 가까이 되어서 가졌을 것 같습니다.
크레온 역시 다른 형제가 언급되지 않으니 이오카스테와 나이 차이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왕위에서 물러나고 뒤이어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위를 두고 싸우다 같이 죽은 뒤에 테베의 왕위에 오른 것도 크레온이고 보면 예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왕위에 오른 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크레온이 테베의 왕위에 욕심이 있었다면 오랜 세월을 기다리는 끈질김의 소유자였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소포클레스의 3부작 비극을 꼼꼼히 읽어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일독한 결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밑줄 그어가면서 몇 차례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샐리 비커스의 소설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도 짚었습니다만, 프로이트가 착안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근본적으로 신화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희곡읽기였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두 작가의 비극들은 다른 기회에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