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자의 서
서규석 엮음 / 문학동네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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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심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현생에 대한 아쉬움이 크거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사후세계의 안녕을 내세우는 종교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사후세계의 안녕을 위하여 현세에서 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누구도 확인해볼 수 없었던 사후세계를 두려워하는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즈음도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것, 혹은 고인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들을 같이 담아 장례를 치르기도 합니다. 부장품이라고 하는 이런 것들이 옛 무덤에서도 많이 발굴되는 것을 보면 예로부터 유래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신분이 높은 경우 살아있는 사람까지 묻는 순장제도의 경우는 솔직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부장품이나 무덤의 내부에서 죽은 이가 영생을 얻거나 부활하는 방법을 적은 기도문이 발견되는 문화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자(死者)의 서(書)는 특히 티베트와 이집트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집트 여행을 앞두고 죽음과 죽은 자에 대한 이집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집트 사자(死者)의 서(書)>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사자(死者)의 서(書)를 기록한 것은 어느 시대에서 반짝 유행하던 것이 아니라 고왕국시절부터 프톨레미 왕조에 이르기까지 삼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전통이라고 합니다. 묘실의 벽에 기록되거나 부장된 파피루스에 상형문자로 기록된 내용으로 로제타석의 발견을 계기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집트의 도굴꾼들은 사자(死者)의 서(書)를 ‘죽은 자가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하는 책’이라는 뜻으로 키탑 알 마이이트(Kitab al Mayyit)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래의 이름은 레우 누 페르 엠 후루(Reu nu pert em hru)라고 하는데, 이는 ‘낮에 출현하는 장(章)’이라는 뜻으로 ‘사자가 오시리스 왕국의 심판을 받은 후 아침에 뜨는 낮의 태양과 함께 현세로 나오는 것 즉 부활, 그리고 이를 실현시키는 주문집’을 복합적으로 상정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즉 사자의 서는 부활의 서가 되는 셈입니다.

사자(死者)의 서(書)는 구전으로 전해오던 것으로 부활을 위한 주문, 라에 대한 경배, 마법의 말, 주술 공식 등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고왕국시기에 들어 왕들의 피라미드나 분묘, 관 등에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크게 3종류의 사자(死者)의 서(書)가 있는데, 기원전 3,100년경의 고왕국 시기에는 주로 피라미드의 현실에 새겨놓았기 때문에 ‘피라미드 텍스트’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제11왕조가 시작되는 기원전 2,233년경의 중왕국 시기에는 일반 민중에게까지 확산되었는데, 민중들의 미이라를 담은 관에서 발견된 문구들을 모아놓은 것을 ‘코핀 텍스트’라고 한답니다.

제18왕조가 시작된 기원전 1567년의 신왕국시대부터 프톨레미왕조의 사자의 서는 왕조별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왕조가 바뀔 때마다 수도를 옮겼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구분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헬리오폴리스 텍스트’는 기원전 2,494년에서 2,181년까지 제5왕조와 제6왕조 시대의 것들을 이르는데, 사카라의 피라미드의 벽과 무덤의 현실 내에 상형문자로 기록되었던 것들이라고 합니다. ‘테베 텍스트’는 기원전 1,568년부터 1,085년 사이의 제18왕조에서 제20왕조에 이르는 것으로 관과 파피루스에 기록되었던 것들입니다. ‘사이테 텍스트’는 개원전 664년 제26왕조 이후의 것으로 파피루스나 관을 비롯한 상징물에 상형문자, 신성문자, 문중문자로 기록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이집트 사자(死者)의 서(書)>는 모두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이집트에 전해지는 천지창조와 부활의 신화를, 2부에서는 영원과 천국의 세계를, 3부에서는 부활의 염원이 깃들인 파피루스를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사자의 서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이집트에서 죽은 이를 미이라로 만들고 피라미드를 건설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유대교를 비롯하여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교리의 뿌리가 이집트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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