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 실천이성비판 동서문화사 월드북 2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정명오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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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칸트의 비판철학을 공부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전적으로 지난 여름 칸트가 활동했던 쾨니히스부르크-지금은 러시아 땅이 되면서 이름까지도 칼리닌그라드로 바뀌었습니다만-를 찾아갔을 때, 묘와 동상 등 칸트의 흔적을 두루 살펴보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김상환교수님께서 쓰신 <왜 칸트인가>를 읽어 요약된 내용을 파악했지만 번역된 내용이라도 원저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동서문화사에서 내놓은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을 하나로 묶은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 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전체의 윤곽을 잡은 셈 치고 조만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정리해둔 목차를 먼저 보더라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야 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서론에 이어 선험적 원리론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선험적 감성론과 선험적 논리학을 따로 나누었습니다. 이어지는 제1권 선험적 분석론은 모든 순수지성 개념을 발견하는 실마리와 순수오성 개념의 연역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개념의 분석론’과 순수지성 개념의 도식론과 순수지성의 모든 원칙 체계를 설명하는 ‘원칙의 분석론/선험적 판단력 일반에 대해’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제2권 ‘순수이성의 변증적 추리에 대해’에서는 순수이성의 오류 추리,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순수이성의 이상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선험적 방법론은 순수이성의 훈련, 순수이성의 규준, 순수이성의 건축술, 순수이성의 역사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실천이성비판>은 <순수이성비판>에 비하여 구조가 간단합니다. 머리글/들어가는 말에 이어 순수실천이성의 원리론을 먼저 설명합니다. 순수실천이성의 원리론은 순수실천이성의 원칙과 순수실천이성의 대상 개념, 순수실천이성의 동기로 구성된 순수실천이성의 분석론과 순수실천이성 일반의 변증론과 최고선의 개념 규정에 있어서의 순수이성의 변증론으로 구성된 순수실천이성의 변증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순수실천이성의 방법론은 별도의 구분 없이 통으로 설명을 전개합니다. 그리고 맺음말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번역하신 정명오교수님이 쓰신 것으로 보이는 칸트의 생애와 사상을 붙였는데, 칸트의 삶을 정리한 ‘철학연구에 바친 생애’와 칸트철학을 정리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내용을 철학서를 읽을 때는 역시 번역하신 분이 요약해놓은 내용을 먼저 읽어 개념을 정리한 뒤에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책읽기였습니다.

칸트의 비판철학이 학문적 차원에서의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읽어가다 보면, 최근의 사태에 비추어 귀감이 되고도 남을 이야기들이 많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그가 결코 거짓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오직 그의 의지에만 적용되는 하나의 규칙이다. (…) 그런데 이 규칙이 실천적으로 정당한 것임이 알려지면, 그것은 법칙이다. 왜냐하면, 이 규칙은 하나의 정언명령이기 때문이다(실천이성비판 587쪽)”라는 대목도 있었고,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인 법칙의 수립이라는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실천이성비판 599쪽)”,  그리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자연법칙처럼 모두에게 통용되는 원칙이 되어도 좋은지 스스로에게 묻고나서 행동하라!(실천이성비판 826쪽)”는 대목도 있습니다. 누가봐도 수긍할 수 있도록 원칙을 지키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우리네 현실은 무슨 까닭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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